김희윤기자
크루즈 관광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감했던 방한 크루즈 관광객이 빠르게 늘어나며 회복 국면을 넘어 성장세로 전환됐고, 최근에는 국내 여행사를 중심으로 한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상품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롯데관광이 2027년부터 운항을 시작하는 크루즈선 ‘MSC 벨리시마’. 승객 5700명을 태울 수 있는 17만t급 초대형 크루즈선이다. 사진 롯데관광
1일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2025년 한국에 입국한 크루즈 관광객(승객 기준)은 88만224명으로 집계됐다. 전년(73만1499명)보다 24.8% 늘어난 수치다. 방한 크루즈 관광객은 2023년 20만2167명에 그쳤으나 2024년 73만1499명으로 급증한 데 이어, 2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선원까지 포함한 전체 크루즈 입국 인원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2023년 42만4931명에서 2024년 133만5861명으로 크게 늘었고, 2025년에는 154만5916명으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기항 횟수와 운항 빈도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반등을 넘어 시장 확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방한 크루즈 관광은 중국발 수요 위축과 항만·출입국 인프라 부족 등으로 성장에 한계를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 일본·대만 등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기항 수요가 늘고, 크루즈 관광객의 1인당 소비액이 높다는 점이 재조명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여행업계의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2024년이 코로나 이후 회복의 해였다면, 2025년부터는 방한 크루즈 관광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기항지 체류 시간 확대와 지역 관광과의 연계 여부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연도별 방한 크루즈 관광객 및 입국 인원 현황. 자료 한국관광공사
방한 수요 회복과 맞물려 한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관광도 민간을 중심으로 실험 단계에 들어섰다. 롯데관광은 2027년부터 승객 5700명을 태울 수 있는 17만t급 초대형 크루즈선 'MSC 벨리시마'를 인천항에서 출발시키는 전세선 운항을 추진 중이다. 국내 여행사가 초대형 글로벌 크루즈선을 통째로 임차해 정기 운항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모두투어 역시 창립 이후 처음으로 단독 전세선을 도입해 부산 출발 크루즈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며, 웅진프리드라이프도 한국 고객 맞춤형 전세선 크루즈를 내놓는 등 국내 출발형 크루즈 시장을 향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재 한국인 크루즈 출국 관광객 규모를 공식 통계로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관광공사 데이터랩의 크루즈 통계가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내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출발형 크루즈가 아직은 '시장 검증 단계'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이계희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크루즈 관광의 성장 가능성은 분명하지만, 출입국·세관·검역 절차 간소화와 크루즈 전용 터미널 확충이 뒤따르지 않으면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천 명이 동시에 승·하선하는 크루즈 특성상 절차 지연으로 체류 시간이 줄어들 경우, 지역 관광으로의 파급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방한 크루즈 관광객 증가가 통계로 확인되고, 한국 출발 크루즈 상품까지 시험대에 오른 만큼 크루즈 관광은 다시 한 번 국내 관광 산업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교수는 "이제는 크루즈 관광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할 산업으로 바라볼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