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우래기자
국내 골프시장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골프장들의 경쟁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신규 골퍼 유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골프장들은 기존 고객의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체감 서비스 경쟁'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동 카트가 골프장의 새로운 핵심 차별화 수단으로 부상했다.
과거 이동 수단에 불과하던 전동 카트는 최근 골프장 수익 구조와 서비스 전략의 전면으로 이동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6인승 리무진 카트다. 2024년을 기점으로 기존 5인승 전동 카트보다 상위 모델인 리무진 카트 도입이 빠르게 늘어나는 흐름이다.
리무진 카트에는 에어컨과 자동 냉방 시스템, 독립형 시트, 통풍·온열 기능이 기본 사양으로 적용된다. 일부 모델에는 마사지 기능과 무선 충전기,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탑재됐다. 골프장들은 코스 자체보다 라운드 중 체감되는 편의 요소를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편리한 기능을 갖춘 럭셔리 리무진 카트(왼쪽)와 최첨단 기능을 장착한 1인승 골프 카트. 대동 모빌리티, 메이트모빌리티 제공
도입 속도도 가파르다. 29일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6인승 리무진 카트를 운영하는 골프장은 2023년 28곳에서 2024년 66곳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2025년에는 99곳에 이르렀다. 특히 대중형 골프장이 60곳으로 회원제 골프장(39곳)보다 많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시장일수록 '편의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고급화의 이면에는 비용 부담이라는 문제가 남는다. 일반 전동 카트의 구입 가격이 약 1600만원인 데 비해 리무진 카트는 6000만원 수준이다. 이용료 역시 기존 5인승 카트가 10~12만원인 반면, 리무진 카트는 16~36만원까지 치솟는다. 골프장들이 리무진 카트 도입과 동시에 카트 이용료 인상에 나서면서, 골퍼들의 체감 비용은 빠르게 늘고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투자비 회수가 빠른 전동 카트 대여료를 매년 인상하는 것은 사실상 비용 전가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카트 경쟁은 1인용 카트로도 확장되고 있다. 캐디 수급난과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골퍼가 직접 운행하는 1인용 카트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캐디피 없이 라운드를 진행할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를 앞세운 모델이다.
1인용 카트는 인공지능(AI) 기반 자율 주행 기술을 적용해 코스 경사와 잔디 상태를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접근 제한 구역을 자동으로 인식해 그린과 해저드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캐디 없이도 남은 거리와 공략 정보를 제공해 플레이의 연속성을 높였다.
골프장 입장에서는 운영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동과 대기 시간이 줄어들면서 플레이 속도가 개선되고, 잔디 훼손을 최소화해 코스 관리 비용도 낮출 수 있다. 다만 카트 고급화와 자동화가 '서비스 혁신'인지, 아니면 비용 인상의 명분이 될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시장 정체 속에서 선택된 카트 전략이 결국 소비자 만족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골퍼들의 이탈을 부추길지는 골프장들의 가격 정책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