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돌보느라 등골 휘어? 오히려 '뇌 건강'엔 이득… 연구 결과 나왔다

손주 돌본 조부모, 기억력·언어능력 높아
빈도·방식 무관…'돌봄 역할' 자체 효과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가 그렇지 않은 조부모보다 기억력과 언어 능력이 더 잘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돌봄의 빈도나 방식과 무관하게 '조부모로서 돌봄에 참여했다'는 경험 자체가 인지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펙셀스

26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틸뷔르흐대학교 플라비아 케레케스 교수팀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영국의 50세 이상 조부모 2887명을 대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설문조사와 인지 기능 검사를 진행했다.

설문에서는 최근 1년간 손주 돌봄 경험 여부와 함께 돌봄의 빈도, 유형을 세부적으로 물었다. 하룻밤 돌봄, 아픈 손주 간호, 놀이·여가 활동, 숙제 지도, 등·하교 동행, 식사 준비 등 다양한 돌봄 활동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손주 돌본 조부모, 기억력·언어 능력 '우위'

분석 결과 손주를 돌본 경험이 있는 조부모는 그렇지 않은 조부모보다 기억력과 언어 유창성 검사 점수가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연령과 건강 상태 등 주요 변수를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 특히 돌봄의 빈도나 구체적인 활동 내용과 관계없이 유사한 경향이 확인됐다.

눈에 띄는 점은 할머니 집단에서 인지 저하 폭이 더 작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손주를 돌본 할머니들은 연구 기간 실시된 인지 기능 검사에서 그렇지 않은 할머니들보다 인지 기능 감소가 완만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가장 중요한 요인은 손주를 얼마나 자주 돌봤는지가 아니라 '조부모로서 돌봄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 자체였다"며 "손주 돌봄이 주는 잠재적 이점은 특정 활동이나 빈도보다는 돌봄에 관여하는 전반적인 경험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돌봄 환경 따라 효과 달라질 수 있어

다만 연구진은 가족 간 관계나 사회·경제적 여건 등 추가적인 변수를 반영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서로 지지하는 화목한 가정환경에서 자발적으로 손주를 돌보는 것과 지원이 부족하거나 비자발적이고 부담으로 느껴지는 환경에서 돌보는 것은 효과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조부모 돌봄은 신체적·정서적 부담과 경제적 비용이 뒤따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손주 돌봄이 노년층의 인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 조부모 돌봄이 이미 우리 사회 돌봄 구조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제도적 지원과 역할 분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슈&트렌드팀 박은서 인턴기자 rloseo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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