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전문가 4인이 말하는 '의료 생태계의 대전환'[비대면진료의 미래⑥]

'환자편의' 최우선 고려…소비자 선택권 제한 안돼
화상진료 넘어 원격의료 활성화 기반으로 이어져야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 거대한 변화 앞에서 비대면진료가 바꿀 대한민국 의료 현장의 실태를 살펴보고, 진정한 혁신으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집중 분석했다.

비대면진료의 본격화는 단순한 의료 서비스의 변화를 넘어 의료의 개념과 가치 자체를 바꾸고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비대면진료가 단순히 '환자 편의'를 넘어 의료 시스템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과제가 많다. 아시아경제는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선재원 나만의닥터 대표를 만나 비대면진료가 제도권 내에 안착하기 위해 반드시 정리해야 할 핵심 쟁점들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130% 수가 가산, 보상인가 낭비인가

비대면진료 시 대면진료 대비 130%의 수가를 적용하는 정책은 도입 초기부터 논란의 중심이었다. 수가는 의료 행위의 난이도, 시간, 자원 투입량에 비례해야 정해져야 하지만 현재의 130%라는 수가는 비대면진료를 단순히 '수익성 좋은 사업'으로 변질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료인의 추가적인 행정 부담과 시스템 구축 비용을 고려한 것이라 설명하지만, 전문가들은 행위의 본질을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권용진 교수는 3일 "당초 비대면진료가 환자에게 상세히 증상을 듣고 화상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과정에서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을 고려해 수가를 더 주겠다는 것이었다"며 "지금처럼 단순히 전화로 처방전만 발행하는 진료라면 수가를 더 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환자를 눈으로 확인하고 대면보다 더 긴 시간을 할애하는 제대로 된 비대면진료라면 그에 걸맞은 보상이 필요하다는 게 권 교수의 주장이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과도한 수가는 건강보험 재정까지 위협할 수 있다. 정형준 위원장은 "정부가 의료계와 약국가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로 '당근'을 주고 있다"며 "건강보험료가 비대면진료 플랫폼들을 활성화하는 사업 자금으로 쓰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충기 이사는 "의협 내부적으로도 과도한 인센티브를 통해 비대면진료의 유인을 높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30% 제한 룰, 병원 쏠림 막을 수 있나

정부는 또 특정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 쏠림을 막기 위해 각 병·의원별 전체 진료의 30% 이내에서만 비대면진료를 하도록 비중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비대면진료 역시 대면진료와 마찬가지로 유명세를 탄 특정 의사에게 집중되거나 특정 약물을 처방해주는 병원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같은 제한이 환자들의 진료 선택권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일례로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특정 의사에게 비대면진료를 받는 경우 그 의사가 비대면진료의 횟수를 모두 채워 해당 월에 더이상 진료를 볼 수 없을 땐 부득이 다른 의사를 찾아야만 한다. 환자 입장에선 기존에 진료받던 의사를 다시 선택할 수 없게 될 경우 진료의 연속성이 깨지는 셈이다.

선재원 대표는 "비대면진료에만 치중하는 의료기관을 막기 위해 전담기관 제한을 둘 필요는 있다"며 "다만 비대면진료 역시 환자와 의사 사이의 라포(신뢰)가 중요한 만큼 환자가 기존에 다니던 병원에서 일 년에 한 번은 대면으로, 두어 달에 한 번은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는 대면-비대면진료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김충기 이사는 "비대면진료 비중을 제한하는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특정 기관에서 비정상적인 처방이나 진료 행태가 일어나는지 전문가 단체가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역량과 권한을 갖는 것"이라며 "실태 조사를 하고 행정적 처분이나 교육이 필요한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면의 한계, '면책권' 없는 의사들의 방어 진료

비대면진료 시 의사가 느끼는 가장 큰 부담은 '보이지 않는 환자'에 대한 진단 결과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보며 진찰하는 행위가 생략된 진료에서 오진이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충기 이사는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에 비해 정확한 진단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환자 또한 사전에 명확히 인지하고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잘못 전달하거나 거짓말을 해 발생한 피해는 환자 당사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며 "의사가 대면진료를 권고했는데도 환자가 따르지 않거나 환자가 정보를 부정확하게 제공해 발생한 결과에 대해서는 의사의 책임을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안전장치가 없을 경우 의사들은 자칫 조금이라도 애매한 증상에 대해서는 '일단 대면진료를 오라'고 할 수밖에 없고, 이는 비대면진료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반면 정형준 위원장은 "현재 비대면진료는 오진 위험이 거의 없는 여드름, 탈모 등 개인 기호에 따른 약 처방에 집중돼 있어 실제 책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며 "여드름치료제 등에 간독성 우려 등이 있어도 의사가 주의 의무 고지만 하면 면책될 수 있는 가벼운 질환 위주이므로 책임 소재 논의가 무색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선재원 대표는 기술적 대안을 제시했다. 선 대표는 "플랫폼은 진료의 전 과정을 데이터로 남긴다. 환자가 어떤 정보를 제공했는지, 의사가 어떤 질문을 했는지 기록이 남기 때문에 분쟁 발생 시 오히려 대면 진료보다 객관적인 소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의 상업화 막으려면

탈모·여드름 치료제 등 비급여 의약품의 과도한 처방을 유도하는 플랫폼 광고와 별점 테러는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권용진 교수는 "현재의 비대면진료에선 탈모치료제나 감기약, 위장약 정도는 전화 문진으로 약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렇게 위험하지 않은 약물은 차라리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 환자들이 약국에서 스스로 선택해 복용하도록 하는 게 더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선재원 나만의닥터 대표

비대면진료 과정에서 생성되는 의료 데이터의 소유권과 보안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민간 플랫폼을 통해서만 비대면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형준 위원장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국민이 낸 보험료로 운영되는 100조원 규모의 공적 자산인데, 이 진료를 중개하는 서비스가 오직 영리 기업에 의해서만 운영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공공 플랫폼을 구축해 플랫폼이 중간에서 이윤을 남기거나 데이터를 사유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더 옳은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선재원 대표는 "공공 플랫폼은 이용자 경험(UX) 측면에서 민간의 혁신을 따라오기 어렵다"며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민간 플랫폼들이 보안 규정을 준수하며 건강하게 경쟁하게 하는 것이 국민 편익에 부합한다"고 맞섰다.

미래에는 환자가 집에서 혈당, 혈압뿐 아니라 심전도까지 측정해 의사에게 전송하는 '원격 모니터링'이 비대면진료의 핵심이 될 것인 만큼 단순 처방전 발행 위주의 역할에서 벗어나 실제 비대면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용진 교수는 "현재의 비대면진료가 화상진료를 넘어 원격 모니터링과 같은 비대면의료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플랫폼 안정화, 데이터 통합, 안정성·보안성 강화 등의 기술적 과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사회부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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