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주기자
'대한민국 재건축 1번지' 압구정 4·5구역 시공사 선정이 이달부터 시작된다. 압구정은 영구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자산가들의 선호도가 높아 향후 하이엔드 아파트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2년 전보다 압구정동 평균 매매가는 30%가량 올랐다. 현재 2억원 수준인 평(3.3㎡)당 가격은 재건축 이후 3억원을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압구정4구역 조합은 이달 말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낼 예정이다. 4구역은 현대8차와 한양 3·4·6차로 구성된 1341가구 규모의 단지로 재건축 후 최고 69층, 1664가구로 조성될 예정이다. 2구역(1924가구)·3구역(3934가구)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빠른 속도가 장점이다.
주요 건설사들도 향후 정비사업 수주에 영향을 미치는 '압구정'을 전초기지로 삼아 수주 경쟁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6월 2구역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홍보관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DL이앤씨도 도산공원 인근에 홍보관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정통성과 국내 1위 정비사업 수주 성과를 앞세웠고, 삼성물산은 강남 일대에서 '래미안 불패 신화'를 앞세워 물밑 경쟁을 펼치고 있다. DL이앤씨는 반포 등에서 시세를 견인한 '아크로' 브랜드를 강조해 수주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윤수 압구정4구역 조합장은 "시공사 선정에 3곳 이상만 참여하더라도 흥행에는 성공한 것이다. 단지 고급화를 위해 중대형 평형 위주로 구성하고, 주차대수도 더 많이 확보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압구정5구역은 다음달 중 시공사 선정 공고를 준비 중이다. 5구역은 1976년 준공된 한양1·2차로 구성된 1232가구 규모의 단지로 최고 70층, 1401가구로 재건축을 추진한다. 삼성물산과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등이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재건축 이후 국민평형(84㎡) 기준 100억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규모인 3구역의 사업비는 7조원대로 추산된다. 조합들은 평당 1200만원대의 공사비를 제시했다. 실거래가는 평당 2억원을 넘어서 준공 이후 평당 3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압구정 재건축이 완료되면 '국평 100억' 시대가 열리고 기존에 없던 주거 형태의 한 획을 그을 것"이라고 말했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은 2024년 상반기부터 거래량이 본격적으로 늘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은 조합설립 후 3년이 지나면서 2024년 상반기부터 조합원 지위를 승계하는 거래가 가능해졌다.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압구정동 아파트 거래량은 2024년 335건, 2025년에는 310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출 규제 강화에도 거래량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대형 평형 매매가는 여전히 3구역이 우세하다. 3구역 내 현대2차 160㎡는 지난해 6월 98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썼다. 2구역 내 신현대 9차 155㎡는 90억원에, 170㎡는 97억원(7월)에 거래됐다. 30평대에서는 2구역의 가격 상승세가 조금 더 빨랐다. 2구역인 신현대 108㎡는 75억원(2025년 7월)에 거래됐고, 3구역인 현대13차 105㎡는 72억원(같은해 6월)에 손바뀜했다.
2년 사이에 압구정동 아파트 평당 매매가는 30% 가량 뛰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압구정동 평당 매매가는 1억4068만원으로, 반포동(1억3037만원)과 1000만원 차이다. 2024년 1월 대비 압구정동은 30.28%, 반포동은 29.30% 상승했다.
강남권 내 반포·대치·청담 등에서도 최상급지인 압구정 입성을 꿈꾼다. 압구정역 인근 C공인 대표는 "반포에서도 신축을 포기하고 압구정으로 온다. 나중에 지어지는 게 더 많이 오르고 멀리 간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현대 인근 A공인 대표는 "압구정 거주민의 소득 수준이나 사회적 지위 등이 승수효과를 낸다는 인식이 견고해졌다"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김현민 기자 kimhyun81@
안전 자산으로 선호가 강해지면서 '초양극화'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평균 평당 매매가(4831만원)와 압구정동(1억4068만원)의 격차는 2.91배다. 2024년 1월 기준 2.69배에서 더 벌어진 것이다. 압구정의 상급지 시세 견인은 인근 지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잠원동은 지난해 10월, 잠원동은 지난해 8월 평당가가 1억원을 돌파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대출규제, 보유세 부담 등 각종 규제가 오히려 선택 가능한 자산을 압축시키는 효과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자산가들은 가치가 보장된 소수 입지에만 집중한다. 정책이 오히려 희소성 프리미엄을 키우는 구조"며 "부동산 격차를 넘어 사회의 장벽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균형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