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층, 백인 진보 여성 향해 노골적 '혐오' 공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이 이민 단속 반대 시위에 참여하는 백인 진보 여성들을 향해 노골적인 '혐오' 공세를 펼치고 있다.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으로 30대 여성이 사망한 뒤 거센 항의 시위가 이어지자,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비난의 대상으로 낙인찍고 조롱하며 역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한 여성이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뒤 사건현장에 시민들이 미국 성조기를 꽂아뒀다.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내 보수 성향 인플루언서들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ICE 요원 총격으로 숨진 37세 여성 르네 니콜 굿을 향해 '어풀'(AWFUL)이란 멸칭을 붙이기 시작했다.

'어풀'은 '부유한 백인 진보 도시 여성(Affluent White Female Urban Liberal)'의 약자로, 단어의 머리글자를 합친 'AWFUL'은 영어로 '끔찍하다'는 뜻이다.

보수 논평가 에릭 에릭슨은 소셜미디어에서 르네 굿을 가리켜 "'어풀'이 ICE 요원을 상대로 차를 돌진하다가 사망했다"며 "진보적인 백인들은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모하고 있고, 요원들은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플로리다주 올랜도 AM 라디오 방송 진행자인 피어스 아웃로 역시 "'어풀'은 품격 있는 사회의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진보 성향 여성에 대한 비난에 가세했다. 그는 2억32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진보 여성들은 남편과 이혼하고 한 달에 한 번만 아이들과 만나게 해주면서 뒤돌아서는 ICE가 어떻게 가족들을 갈라놓으며 상처를 주는지 눈물을 흘리며 호소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처럼 공격의 표적이 된 백인 고학력 여성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반대 세력으로 꼽힌다.

미국 내 대졸 백인 여성 유권자 비율은 17%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고졸 이하 백인 남성(18%)과 맞먹는 규모다. 이들 가운데 58%는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지지했다.

NYT는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사회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느끼는 저학력 백인 남성들을 중심으로 인종·성별·이민 등 해묵은 이슈를 둘러싼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직 공화당 의원 바버라 콤스톡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 행정부는 지독할 정도로 여성혐오적"이라며 "그것은 그의 행보에서 언제나 큰 부분을 차지해 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지지층의 이러한 '낙인찍기'가 일반 대중 사이에서는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진영에 영향력이 큰 유명 팟캐스터 조 로건은 최근 팟캐스트 방송에서 "물론 상황이 복잡하긴 하지만, 누군가 미국 시민, 특히 여성의 얼굴에 총을 쏘는 장면을 보는 것은 매우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를 지지했던 인물이다.

정치부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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