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막대한 유동성 공급' 근거 'RP매입 488조' 오류 지적…'초과 지준 오히려 흡수했다'

"작년 한은 488조 RP매입" 일각 주장 오류 지적
잘못된 접근으로 지준 공급규모 과대 계상
RP 매입액 15.9조, 통안증권 등으로 오히려 흡수
시장에 불필요한 불안 심리 불러일으켜, 주의 필요

한국은행이 '지난해 한은이 488조원 규모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으로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심각한 오류가 있다'며 정면 반박했다. RP 매입 규모를 따질 때 단순 누적 합산으로 볼 것이 아니라, 평균 잔액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해 RP 매입액이 488조원이 아닌 15조9000억원이며, 통화안정증권 발행을 통해 흡수한 지급준비금이 더 많았다고 강조했다.

16일 한은은 블로그에 '한국은행이 RP 매입으로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는 주장의 심각한 오류'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해 이같이 밝혔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운영팀장과 류창훈 차장, 함건 과장은 "수조에 찬 물이 늘어나는지 줄어드는지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수도꼭지'와 '수문'을 함께 봐야 한다"며 "공개시장운영 역시 수조에 물을 공급하는 수도꼭지와 같은 수단인 RP 매입과, 물을 빼내는 거대한 '수문'과 같은 수단인 통화안정증권·RP 매각 등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P 매입 규모를 단순 합산해 한은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주장하는 건, 수도꼭지만 보고 수문은 간과한 것이란 설명이다.

은행은 예금 인출 등에 대비해 일정 규모의 지급준비금(지준)을 한은에 예치해야 한다. 이를 필요지준이라고 한다. 지준 잔액이 필요 지준보다 부족하면 은행이 자금 차입 경쟁에 나서면서 콜금리가 상승압력을 받게 된다. 지준 잔액이 필요지준 규모를 웃돌면 은행이 남는 자금을 대여하려고 해 콜금리가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한은은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금융기관 지준 총액을 필요지준 수준으로 조절, 콜금리가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한 기준금리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형성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형성된 콜금리는 금융시장에서의 거래를 통해 다른 금리로 퍼져나간다.

한은은 통화안정증권 발행, RP 매매, 통화안정계정 예치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지준 총액을 조절한다. 통화안정증권 발행, RP 매각, 통화안정계정 예치는 지준을 흡수하는 수단이며, RP 매입은 지준을 공급하는 수단이다. 한은은 구조적 요인 등으로 초과 공급된 지준은 비교적 만기가 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흡수하며 일시적인 지준 규모의 불균형은 만기가 짧은 RP 매매를 통해 흡수(RP 매각) 또는 공급(RP 매입)하고 있다.

공개시장운영을 통한 지급준비금 수요·공급의 균형 달성. 한국은행

최근 일각에서 '한은이 지난해 RP 매입을 통해 488조원 규모의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고 주장한 건, RP 매입액을 단순히 누적 합산함으로써 지준공급 효과를 크게 과장한 것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윤 팀장은 "RP 거래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라며 "RP 매입의 만기는 2주에 불과하며, 만기가 지나면 자동으로 반대 거래가 일어나 자금이 회수된다. 만기가 짧은 RP 매입 거래의 건별 금액을 단순 합산하면 지준 총액에 미치는 효과가 실제보다 훨씬 크게 계상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0만원씩 일주일 만기로 대출을 받았다가 상환하는 일을 1년 동안 반복한 경우 지갑에는 520만원(10만원×52주)이 아니라 10만원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윤 팀장은 "한은의 RP 매입 규모는 거래액을 단순 누적한 금액이 아니라 평균 잔액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지난해 RP 매입 평균 잔액은 15조9000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접근으로 지준 공급규모를 과대 계상할 경우, 유동성 공급이 과도하다는 오해를 유발해 시장에 불필요한 불안 심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개시장운영을 통한 지급준비금 흡수 및 공급 규모(2025년 평균 잔액 기준). 한국은행

다른 수단의 운용 규모(평잔)를 보면, 지난해 한은은 통화안정증권 발행 105조7000억원, RP 매각 1조8000억원, 통화안정계정 예치 5000억원으로 총 107조9000억원의 지준을 흡수했다. 윤 팀장은 "수문을 통해 수조 밖으로 내보낸 물의 양이 수도꼭지를 통해 들여보낸 물의 양보다 훨씬 많았다"며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을 보유·운용하는 과정에서 지준 총액이 필요지준 규모를 초과하는 상태가 기조적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공개시장운영은 이런 초과 부분을 흡수해 콜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RP 매입 규모가 늘어난 건 지준의 단기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양방향 RP 매매를 도입한 데 따른 결과다. 한은은 지난해 기조적으로 지준을 흡수하는 가운데 일시적인 지준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RP 매입을 정례화했다. 윤 팀장은 "RP 매입 규모 증가는 이 같은 제도 개편을 바탕으로 지준 규모를 미세조정한 결과"라며 "기조적인 흡수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경제금융부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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