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로비에 울린 고주파 신호…젊은 작가 3인의 'VHS'展

스페이스 이수 기획전, 3월20일까지
시각 이후의 감각을 묻다
소리·진동·이미지로 공간에 개입

"기존 미술의 전형적인 면에서 탈피해 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몸으로 감각할 만한 것들이 많은 전시로 기획했다."

최선아의 '진지바'(2026). 스페이스 이수 제공

13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이수그룹의 문화예술 공간 '스페이스 이수'에서 열린 기획전 'VHS(Very High Signals)' 기자간담회에서 전시를 기획한 전효경 큐레이터는 위와 같이 전시를 소개했다. 갤러리는 이수그룹 사옥 1층에 마련됐다. 사내 구성 비중이 높은 이공계 출신 직원들에게 열린 문화적 사고력을 확산하기 위해 2020년부터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예술을 강요하기보다 은근히 노출해 서서히 스며들게 하려는 취지다. 이번 전시 제목 'VHS(Very High Signals)'는 그런 의미를 내포한다. 희미하게 들리는 고주파처럼 전시 공간에서 일종의 신호로 작용하겠다는 뜻이다. 전 큐레이터는 "작품이 과도하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르게 인지되길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수많은 '볼 만한 것' 사이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시각성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바라볼 대상을 명확히 지시하기보다 오히려 소거해, '응시할 곳 없음'의 순간으로 관람객을 이끈다.

최선아(27)의 '진지바'(2026)는 14m에 달하는 로비 유리 공간에 스컬피(점토)를 붙인 작품이다. 점토 자체의 점성을 활용해 작가가 3주에 걸쳐 손으로 하나하나 눌러 완성했다. 특별한 상징이나 명확한 의미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시간대에 따라 햇빛과 만들어내는 서로 다른 표면의 변화가 색다른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끈다.

홍애린의 '뮤직 사이렌'(2026). 스페이스 이수 제공

홍애린(34)의 '뮤직 사이렌'(2026)은 1950년대 야마하에서 제작된 제품 이름에서 착안했다. 하나의 모터로 여러 사이렌 유닛을 구동해 하모니를 만드는 장치로, 당시 야마하 사장이 경고용 사이렌의 강렬한 소리를 멜로디로 전환해 마을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는 소리를 만들고자 고안한 것이다.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이후, 일본 사회에서 사이렌 소리는 공포의 기억을 환기하는 존재였다. '뮤직 사이렌'은 이러한 전쟁의 기억을 다른 감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였으며, 소리가 증폭되며 대단한 무엇이 되는 듯하다가 그 실체가 결국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게 하는 경험을 전달한다.

고대영의 '파피용'(2025~2026). 스페이스 이수 제공

고대영(33)의 '파피용'(2025~2026)은 과거에 촬영한 주변 인물의 영상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80~100배로 확대한 작업이다. 기존 영상의 단순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질 저하를 AI로 보완해 낯선 시각적 질감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소리 없는 영상을 친구들에게 보내고, 소리로 회신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확장한다. 이러한 주고받음은 전시 기간 퍼포먼스 형태로 이어진다. 이민휘와 최태현의 사운드는 오는 17일 공연으로 처음 공개되며, 이후 공연 음원은 영상과 함께 전시장에 재생될 예정이다. 이는 무성영화 상영 당시 영화 화면 앞에서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하던 형식을 차용한 것이다.

전시는 3월20일까지 열린다.

문화스포츠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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