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노이드를 '제대로' 읽는 법…분자부터 전기신호까지 한 번에 본다[과학을읽다]

AI 기반 통합 분석으로 재현성·표준화 해법 제시

오가노이드는 이제 단순한 실험 모델을 넘어, 인간 장기의 발달 과정과 질환 메커니즘, 약물 반응을 정밀하게 재현하는 차세대 생체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신약 개발과 정밀의료 분야에서 오가노이드의 활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얼마나 정확하고 일관되게 분석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박성준 서울대학교 첨단융합학부·의과대학 교수와 조승우·진윤희 연세대학교 교수 연구진은 오가노이드의 분자·전기·기계·광학적 특성을 다각도로 측정하고, 이를 AI 기반으로 통합 분석하는 차세대 분석 플랫폼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종합 리뷰 연구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오가노이드 분석 기술 전반을 조망하며, 연구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비교 가능성과 재현성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차세대 오가노이드 분자·전기·기계·광학적 특성 분석 플랫폼. 연구진 제공

기술은 넘치는데, 기준은 없다

오가노이드 연구가 확산하면서 분석 기술 역시 빠르게 고도화됐다. 오믹스 기반 분자 분석, 단일세포·공간 전사체 분석, 전기생리학적 측정, 고해상도 광학 이미징, 기계적 물성 분석 등 다양한 도구가 개발됐지만, 기술 간 편차와 표준화 부족은 여전히 연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같은 오가노이드라도 배양 조건과 성숙 단계, 분석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면서 연구 결과를 서로 비교하거나 재현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돼 왔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기술은 많지만, 공통 언어와 해석의 기준은 부족한 상태"로 진단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분석 기술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각 기술이 어떤 연구 질문에 적합한지를 정리함으로써 연구자들이 목적에 맞는 분석 전략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유전체 안정성 평가를 위한 전장 유전체 분석(WGS)·전장 엑솜 분석(WES), 세포 다양성과 위치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는 공간 오믹스, 신경·심근 오가노이드의 기능을 장기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전기생리학적 분석 등은 오가노이드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핵심 도구로 제시됐다.

비파괴·AI 통합이 여는 다음 단계

연구진은 오가노이드 분석의 다음 단계로 비파괴적 분석과 AI 기반 다중 데이터 통합을 꼽았다. 기존의 고정·절단 중심 분석은 정밀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오가노이드의 성장과 분화, 기능 변화를 장기적으로 추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라이브 이미징, 라벨-프리 분석, 유연 전자소자 기반 전기·광학 센싱 기술은 오가노이드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시간에 따른 변화를 연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여기에 AI 기반 계산 분석이 결합하면, 이미지·전기신호·오믹스 데이터처럼 성격이 서로 다른 정보를 하나의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연구진은 다만 AI의 활용이 확대될수록 고품질 데이터 구축과 표준화된 분석 워크플로, 그리고 알고리즘의 생물학적 해석 가능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배양 공정과 환경 조건에 따른 배치 간 이질성을 줄이고, 대규모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관리 체계와 컴퓨팅 인프라 역시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박성준 교수는 "앞으로 오가노이드 분석 분야에서는 유전체 안정성에 대한 장기 모니터링 체계 구축, 고효율 공간 오믹스 기술의 상용화, 비파괴·고해상도 이미징 기술의 고도화, 그리고 AI 예측 모델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며 "특히 AI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지만, 임상적 근거를 갖춘 예측을 위해서는 데이터 품질과 생물학적 해석 가능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오가노이드 분석의 방향성이 개별 기술의 고도화 경쟁이 아니라, 다중 모달리티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전략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신약 후보 물질의 반응성·독성 평가,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 등 임상·산업적 응용으로 오가노이드 연구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성과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 학술지 Nature Reviews Bioengineering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오가노이드 분석 도구 키트(Organoid analytical toolkits)"이다.

산업IT부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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