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타임스(NYT)와 약 2시간에 걸쳐 진행한 인터뷰의 생생한 현장이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NYT에 적대감을 보여왔지만, 직접 백악관 관저를 소개하는가 하면 인터뷰 도중 콜롬비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오자 비보도를 전제로 취재진에게 전화 회담을 들을 수 있게 하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NYT는 '트럼프의 여러 얼굴: 우리가 대통령을 인터뷰하면서 본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뷰 현장에서 보여준 예측불허의 행보를 전했다. 때로는 친근한 모습을, 때로는 무소불위 세계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은 작심한 듯 특유의 쇼맨십을 연출했다.
가장 파격적인 장면은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과의 깜짝 통화가 이뤄진 순간이다. 인터뷰 도중 보좌관이 '콜롬비아 대통령이 전화하셨습니다'라는 메모를 건네자, 트럼프 대통령은 검지를 입에 댄 뒤 그 자리에서 정상 간 통화를 진행했다.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재빠르게 배석했고, 인터뷰를 진행하던 기자들도 비보도 전제로 현장에서 통화 내용을 청취할 수 있게 해줬다. 모든 것이 즉석에서 이뤄졌다고 NYT는 전했다.
콜롬비아 대통령의 전화 요청이 담긴 메모지를 들어 올리며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이라면 할 수 있었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백악관.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곳곳을 레이저 포인터로 가리키며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그는 백악관 동관 건물을 철거하고 만들 연회장 프로젝트를 열정적으로 설명했고, 성조기와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까지 재현된 작은 백악관 연회장 프로젝트 미니어처도 보여줬다. 그러면서 "난 정말 부동산을 잘한다. 어쩌면 정치보다 부동산에 뛰어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54세인 루비오 국무장관과 41세인 밴스 부통령을 가리켜 '애들'(kids)이라고 부르며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고, 건강을 자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재임 당시와) 체력적으로 똑같다고 느낀다. 나는 40년 전이랑 똑같다"며 한 번도 심장마비가 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언론과 노벨위원회, 조란 맘다니 신임 뉴욕시장에 대한 불만도 내비쳤다. 그는 "나는 8개의 전쟁을 끝냈는데도 노벨 평화상을 받지 못했다"며 "놀랍게도 오바마는 고작 몇주일 일해놓고 상을 받았다. 그는 그가 뭘 받았는지도 모를 것"이라고 했다.
이번 인터뷰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 관계로 지내던 NYT와 진행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 보도를 문제 삼아 NYT가 악의적인 거짓 보도를 일삼았다고 몰아세웠고, 지난해 9월 150억달러(21조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도 제기했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 막바지에는 기자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며 "난 9시간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