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와인 종주국으로서의 전통을 중시해왔던 이탈리아가 결국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받아들이며 무알코올 와인 생산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31일 연합뉴스는 독일 공영통신사 데페아(DPA)를 인용해 이탈리아 정부가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무알코올 와인에 대한 세금 체계를 수립하는 법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법령에는 무·저 알코올 와인에 대한 소비세 기준을 비롯해 허가, 유통, 보관, 운송과 관련한 구체적인 규정이 포함됐다.
와인 종주국으로서의 전통을 중시해왔던 이탈리아가 결국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받아들이며 무알코올 와인 생산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사진은 이탈리아 내 와이너리의 모습. 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은 이미 2021년부터 알코올을 제거한 와인도 법적으로 '와인'으로 인정해 왔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전통적인 와인 문화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로 무알코올 와인 생산 승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이탈리아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 증가, 음주 절제 문화 확산,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맞물리며 무알
코올·저알코올 와인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유럽과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술은 마시지 않되, 와인의 풍미는 즐기고 싶다'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무알코올 와인은 더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장기적인 시장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와인 업계 역시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무알코올 와인은 새로운 소비층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기회"라며, "기술 발전으로 맛과 향의 완성도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글로벌 무알코올 와인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프리미엄 제품군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우익 정당인 이탈리아 형제당 소속의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농림부 장관 역시 처음에는 반대 입장이었지만, 결국 입장을 바꿨다. 그는 무알코올 및 저알코올 와인의 인기가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더는 이를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롤로브리지다 장관은 이번 법령 서명 이후 "이탈리아 생산자들이 무알코올 와인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전통을 지키면서도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