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주기자
국가정보원이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를 위증 혐의로 고발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축소 발표한 이른바 '셀프 조사'의 지시 기관으로 국정원을 지목한 데 따른 조처로 풀이된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국정원장이 로저스 대표를 위증죄로 고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국정원이 문제 삼는 부분은 셀프 조사 관련 로저스 대표의 발언으로 보인다. 로저스 대표는 조사를 지시한 정부 기관으로 국정원을 꼽았다. 로저스 대표는 이날 오전 청문회에서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부 지시에 따라 자체적으로 조사·발표했다는 주장이 유효하냐'는 질의에 "자체 조사가 아닌 (한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조사한 것"이라고 답했다.
황 의원이 "어느 부처의 지시인가"라고 묻자 로저스 대표는 "내가 알기로는 해당하는 기관이 공개적으로 함께 했다고 인정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국정원이라고 말하는 건가, 국정원 누구와 소통했나"라고 질의하자 "이름을 제공하겠다"며 "피의자와 연락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서 그 기관(국정원)이 피의자와 연락하기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쿠팡 사태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팀장인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를 정면 반박했다. 배 부총리는 "쿠팡에 지시할 수 있는 곳은 플랫폼 주무 부서인 과기정통부이지 국정원은 지시 권한이 없다"며 "노트북 등 증거물을 국내로 반입하는 과정에서 여러 유출이나 실수로 인해 훼손·분실될 수 있기 때문에 국정원이 도왔던 것"이라고 했다. 또 "범정부 TF 차원에서 쿠팡에 자체 조사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26일 "국정원은 쿠팡 측에 어떠한 지시를 할 위치에 있지 않으며 지시한 바도 없다"면서 "다만 외국인에 의한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를 국가안보 위협 상황으로 인식해 관련 정보 수집·분석을 위해 업무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28일에는 "국정원법 직무조항(제4조)에 명시된 규정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것으로 관련 정보 수집·분석을 위해 쿠팡 측과 업무 협의를 진행했다"고 추가 입장을 냈다.
최 위원장은 "국정원장은 또 로저스 대표의 구체적인 위증 내용도 전달했다"며 "이는 간사에게 전달해 내일 이 청문회가 끝날 때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