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선기자
K푸드 열풍을 타고 아이스크림 수출이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는 연간 수출액이 처음으로 1억2000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빙과업체들이 북미와 동남아시아,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춘 제품과 유통 전략을 강화하면서 수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2021년 7242만달러(1038억원)에서 2022년 7760만달러(1113억원)로 증가한 데 이어 2023년에는 9306만달러(1334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9841만달러(1411억원)로 1억달러에 바짝 다가섰고, 올해는 연간 기준 1억2000만달러를 달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1~11월 누적 수출액은 1억1225만달러(1595억원)로 집계됐다. 불과 4년 만에 수출 규모가 60% 이상 늘어난 셈이다.
빙그레 메로나, 롯데웰푸드 월드콘.
국가별로 보면 북미와 동남아 시장이 수출 성장을 이끌고 있다. 미국이 3411만달러(489억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인 마트 중심이던 유통 구조에서 벗어나 현지 대형 유통 채널로 판로가 넓어지면서 K아이스크림이 주류 디저트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어 필리핀(1009만달러·145억원), 캐나다(880만달러·126억원), 일본(814만달러·117억원), 중국(713만달러·102억원), 베트남(605만달러·87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면 이제는 북미, 동남아, 유럽으로 수출 지형이 넓어지고 있다"며 "국가별 소비 성향과 유통 환경에 맞춘 현지화 전략이 수출 증가의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국내 아이스크림 수출 성장의 중심에는 빙과업계 양대 산맥인 빙그레와 롯데웰푸드가 있다. 단순 완제품 수출에 그치지 않고, 현지 소비자 기호에 맞춘 맛과 패키지·유통 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한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빙그레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 30여개국에 '메로나'와 '붕어싸만코' 등 대표 브랜드를 수출하고 있다. 빙그레의 수출액은 2020년 365억원에서 지난해 829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1~3분기 수출액만 817억원을 기록했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1000억원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비중은 2020년 8.5%에서 올해(1~3분기) 13.7%로 확대됐다.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국내 전체 아이스크림 수출의 55%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메로나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K아이스크림'을 대표하는 상징적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빙그레는 유럽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통관 장벽을 낮추기 위해 유성분을 식물성 원료로 대체한 '식물성 메로나'를 앞세워 2023년부터 네덜란드와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에 수출을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유럽 지역 매출은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프랑스 전역에 1300여개 매장을 보유한 까르푸에 식물성 메로나가 입점했다.
호주 시장에서도 확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울워스와 콜스 등 현지 메인스트림 유통 채널에 식물성 메로나가 입점해 판매 중이다. 여기에 코스트코 호주 매장에도 멜론·망고·코코넛 맛으로 구성된 팩 단위 메로나 제품이 입점해 판매를 시작했다. 빙그레는 2007년부터 태국에서 메로나와 붕어싸만코를 판매해 왔으며, 태국 내 유통 채널 확대를 발판으로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국내 아이스크림 수출 성장의 또 다른 축은 롯데웰푸드다. 롯데웰푸드는 국내 생산 제품의 수출과 함께 인도 현지법인 롯데 인디아를 중심으로 해외 빙과 사업을 전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웰푸드의 아이스크림 수출 주요 국가는 미국과 중국, 필리핀, 대만 등이다. 죠스바, 스크류바, 수박바(현지명 죠크박), 티코, 설레임, 빵빠레, 찰떡아이스 등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메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수출액은 2022년 203억원에서 2023년 248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6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만 194억원에 달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수출과 함께 특히 눈에 띄는 성과는 인도 시장이다. 롯데웰푸드는 인도 현지 빙과기업 하브모어를 인수한 뒤 롯데 인디아로 재편하고, 현지 생산을 통해 인도 전역을 공략하고 있다. 롯데 인디아의 빙과 매출은 2020년 587억원에서 2021년 994억원으로 늘어난데 이어 2022년 1544억원, 2023년 1656억원, 지난해에는 1729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만 1226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