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조유진기자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납품·입점업체에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법정 기한이 현행법의 절반 수준인 30일로 단축된다. 쿠팡·다이소 등 일부 기업들이 법정 기한(60일)에 임박해 늑장지급 하는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유통 분야 대금 지급기한에 대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직매입의 경우 상품 수령일로부터 30일로 줄이되, 월 1회 정산하는 경우는 편의성을 고려해 매입마감일(월 말일)로부터 20일로 예외를 두기로 했다. 특약매입 거래의 경우 판매마감일로부터 40일에서 20일로 각각 단축된다.
직매입이란 납품업자로부터 상품을 직접 매입해 유통업체가 판매하는 형태고, 특약매입은 유통사가 상품을 외상 매입해서 판매한 후 대금을 지급하고 미판매된 경우에는 반품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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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매입의 경우 대부분이 이미 3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60일 안팎에 지급하는 9개 업체의 관행을 업계 평균 수준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제도를 개편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특약매입 등의 경우 정산시스템이 발달해 업계의 대금 지급 소요 기간이 짧아진 점이나 유통업체가 판매대금을 장기간 보유할 필요가 직매입 거래보다 적은 점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
납품업체가 압류·가압류를 당하거나 연락 두절이 발생해 법원에 공탁하는 등 유통업체에 책임이 없는 상황에서 대금 지급이 늦어지는 경우는 위법으로 판단하지 않도록 예외를 둔다.
유통업계가 바뀐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법 공포 후 1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한다.
공정위는 "티몬·위메프 사태 및 홈플러스 회생절차 등 대규모유통업체의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면서, 현행법상 대금 지급기한이 납품업체를 보호하는 데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금 정산 안전성이 높아지고, 자금유동성이 개선돼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공정위가 이날 공개한 대형유통업체의 대금 지급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납품업체와 직매입 거래를 하는 기업 중 쿠팡을 비롯한 9개사는 물건을 받은 후 평균 53.2일이 지난 후에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유통업법상 상품 수령 후 60일 이내에 대금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기한을 꽉 채운 셈이다.
각 업체가 대금을 줄 때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쿠팡 52.3일, 다이소 59.1일, 컬리 54.6일, M춘천점·메가마트 54.5일, 전자랜드 52.0일, 영풍문고 65.1일, 홈플러스 46.2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40.9일로 파악됐다.
직거래 유통업체의 80.6%가 상품 수령 후 평균 4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했고, 50일을 초과하는 비율은 6.1%였다. 특히 영풍문고의 경우 평균 소요 기간이 법정 기한을 초과했다. 이 업체는 대금을 어음 등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있으며, 소요 기간은 그 만기일을 기준으로 산출했다.
쿠팡의 경우 2021년 대규모유통업법이 개정으로 60일 규정이 생기자 종전에 50일 정도에 지급하던 대금을 거의 60일이 다 되어 주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보다 더 빨리 대금을 주는 사례가 있어서 평균치는 52.3일로 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