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텔레그램 메신저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화제다. 그는 공공연히 정자 기증으로 전 세계 12개국에서 100명 이상의 자녀가 있다고 밝혀왔다.
연합뉴스는 2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용해 두로프가 밝힌 자녀 소식을 보도했다. 그는 지난해 7월 텔레그램을 통해 올린 글에서 자신이 2010년경부터 정자 기증을 시작했다면서 자신의 정자를 기증받아 현재는 최소 12개국에 100명이 넘는 자녀가 있다고 했다.
텔레그램 CEO 파벨 두로프. 파벨 두로프 인스타그램 캡처
공식적으로는 세 명의 여성 사이에서 6명의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년 전에 정자 기증을 중단했지만, 모스크바의 한 난임병원에는 그의 냉동 정자가 여전히 보관돼 있다.
두로프는 평소 자기 정자 기증을 건강한 정자 부족 상황을 완화하고 다른 남성도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한 노력으로 표현해왔다.
두로프의 정자가 보관된 이 병원은 "유명 기업가이자 성공한 사업가인 파벨 두로프의 정자를 사용한 체외수정(IVF)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 병원에서 일했던 한 의사는 WSJ에 두로프의 정자를 받기 위해 찾아온 여성들이 "모두 외모가 뛰어났고 교육 수준이 높았으며 건강 상태도 좋았다"며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미혼이어야 했다"고 말했다.
두로프는 지난해 6월에는 프랑스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물학적 자녀들에게 유산을 동등하게 상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0월에도 미국 과학자 렉스 프리드먼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나와 DNA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규명할 수 있다면 아마도 30년 후 내가 세상을 떠난 뒤 유산의 일부를 받을 자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파벨 두로프가 지난 10월 카자흐스탄에서 수영금지 구역인 국립공원 내 호수에 들어가 물의를 빚었다. TCA 캡처 연합뉴스
포브스 추산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170억달러(25조원)로 추산된다. 이 중 대부분은 대부분 텔레그램의 가치에 기반한다. 두로프의 이 같은 광범위한 정자 기증과 관련해 WSJ은 생식 윤리와 기술의 경계를 넓히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다만, 보도는 정자의 무분별한 기증에 의해 태어난 2세들의 정체성 혼란과 이들 사이에서 생길지도 모르는 다양한 문제점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있다. 두로프의 행위는 유전자 검사와 유전자 편집을 통해 원하는 특성을 가진 아이를 낳으려는 일부의 욕구와 맞아떨어져 제2, 제3, 제4의 두로프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두로프는 지난 10월 엑스(X)에 "우리가 잠든 사이 어둡고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며 "우리는 도덕적 지적 경제적 궁극적으로는 생물학적 자멸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