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준기자
반도체·선박 등 주력 산업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내년 1분기 국내 수출 기업의 체감 경기가 뚜렷한 개선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경영 부담은 수출 기업들에 주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2주간 15개 품목에 걸쳐 2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가 115.8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경기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수출을 앞둔 자동차가 선적대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BSI는 수출 경기에 관한 국내 수출 기업들의 전망을 조사·분석한 지표다. 기준인 100을 넘기면 전 분기보다 개선, 100을 밑돌면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내년 1분기 EBSI는 지난해 2분기 이후 7분기 만에 110을 상회하며 수출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15대 주요 품목 중 반도체·선박 등 7개 품목의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187.6)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와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세가 맞물려 가장 밝은 전망을 보였다. 선박(147.2) 역시 고선가 수주 물량 인도와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증산에 따른 운반선 발주 확대 기대감이 반영되며 수출 호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전기·전자제품(70.4)과 섬유·의복제품(84.7) 등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회복 지연과 원재료 가격 상승, 가격 경쟁 심화 등 대외 여건 악화의 영향으로 수출 부진이 예상됐다.
수출 기업들은 내년 1분기 주요 수출 애로 요인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17.5%) ▲원화 환율 변동성 확대(15.4%) 등을 꼽았다. 특히 '원화 환율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고 응답한 비중이 전 분기 대비 5.5%포인트 상승하며 13가지 애로 요인 중 가장 가파른 증가 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옥웅기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반도체와 선박이 수출 성장을 주도하겠지만, 품목별 온도차가 있어 경기 전반을 낙관하기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며 "고환율로 인한 원가 부담과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무역금융 금리 인하 등 비용 절감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