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민기자
한국은행은 23일 "지난 10월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가격 오름세가 둔화했음에도 내년 이후 추가적인 집값 상승 기대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거시건전성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실효성 있는 주택공급 대책이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정수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은 제공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2025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를 열고 "주택가격 주간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기대심리도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부총재보는 "일관성 있는 거시건전성 정책 기조를 강화하면서 실효성 있는 주택공급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부작용 등 취약부문에 대한 미시적 보완대책도 함께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실수요자 대출 접근성이 제약된 부분이나, 비수도권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 거시건전성 정책 기조를 유지한 데 따른 부작용으로 봤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대해서는 "지금은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여전하기 때문에 주택시장 안정과 가계부채 관리 강화가 확실히 이뤄지고 난 다음, 주택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규제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전세제도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전세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불거질 부작용에 대한 보완대책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부총재보는 "전세대출은 일정부분 주거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있지만, 주택가격을 올리는 등 부작용도 있다. 제도가 개선될 필요는 있는 것"이라며 개선 방향은 현재 한은에서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월세에 대해서도 "주거비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을 상당폭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월세 증가에 따른 주거비 부담은 미시적 대책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우려를 정부도 알고, 월세 가구에 대한 세액공제 대상 확대 등 보완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부총재보는 최근의 고환율 장기화는 우리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외건전성보다는 물가, 사회 전반 양극화를 우려하는데 특히 연말 환율 수준은 금융기관의 자본비율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연말 환율 수준에 따라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날 수 있고, 이는 자본비율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금융기관의 자본비율 수준은 기준을 큰 폭 상회하고 있다"며 "다만 영향이 커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금융안정 상황은 연체율이 개선되는 등 단기적 금융 불안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시스템의 단기적 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올해 11월 중 15.0(주의단계)으로, 6월(18.6) 대비 상당폭 하락했다. 하지만 중장기 취약성을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 3분기 45.4로, 1분기(43.9) 대비 소폭 상승해 장기 평균(2008년 이후 45.7)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 부총재보는 "기본적으로 금리 인하기에서는 단기적 금융 불안이 개선될 수 있고, 실제 연체율과 건전성 지표로도 확인되는 부분"이라며 "다만 여전히 개선 정도가 장기 평균에 비해서는 충분치 않기 때문에 리스크는 남아 있다"고 짚었다. 이어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 금리를 낮추면서 레버리지를 수반하는 투자 등 금융불균형은 축적된 경향을 보인다"며 "단기 불안 리스크는 개선됐지만 중장기적인 금융취약성은 증가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