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버텼지만...회복 그림 못그리는 글로벌 미술시장

하반기 국내 미술경매 '반등'
3분기 낙착률·매출 모두 개선
고가 대형 거래가 실적 견인
글로벌 경매 규모 작년 비슷
상반기 매출 전년比 6.2% ↓
시장, 회복보다 전환기 '평가'

국내 미술 경매시장이 올해 들어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고가 대형 작품 거래가 늘며 주요 지표가 반등했고, 낙찰률과 매출 모두 개선됐다. 다만 이런 선방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미술시장은 여전히 위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며, 시장 전체로는 '회복'보다는 '전환기'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94억원에 낙찰된 샤갈의 '꽃다발'. 서울옥션 제공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경매시장은 상반기 부진을 딛고 하반기 들어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였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6월 기준 평균 낙찰률 57.8%를 기록하며 5월(각각 49.4%, 46.5%) 대비 뚜렷한 개선 흐름을 나타냈다. 7월에는 서울옥션이 낙찰률 71%를 기록하며 2024년 이후 드물게 고낙찰률 구간에 진입했고, 케이옥션 역시 낙찰총액 47억 원을 기록하며 최근 수개월 중 상위권 실적을 회복했다.

실적 지표 역시 반등을 뒷받침한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기업부설연구소 카이(KAAAI)가 발표한 '2025년 3분기 미술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9개 미술 경매사의 낙찰총액은 313억5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99%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전년 대비 26.2%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반전이다. 케이옥션의 낙찰총액은 163억7000만원으로 59.5% 늘었고, 서울옥션도 105억4000만원으로 23.7% 증가했다. 고가 대형 작품 거래가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월 케이옥션에 출품된 이중섭의 '소와 아동'은 35억2000만원에 낙찰되며 3분기 최고가를 기록했고, 박수근의 1959년작 '산'도 12억원에 팔렸다. 서울옥션 이브닝 세일에서는 마르크 샤갈의 '꽃다발'(1937)이 94억원에 낙찰되며 국내 미술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다만 시선을 글로벌 시장으로 넓히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글로벌 미술시장은 여전히 회복 신호를 찾지 못한 채 정체 또는 하락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Art Basel)과 투자은행 UBS가 발간한 '아트마켓 리포트 2025'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글로벌 미술시장(경매) 규모는 575억 달러(약 85조원)로 집계됐으며, 올해 역시 이와 유사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옥션하우스인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실적도 전반적인 시장 둔화를 반영한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코리아 아트마켓'에 따르면 3분기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59점의 작품이 사전 최저 추정가에도 못 미치며 낙찰총액 179만 달러(약 25억원)에 그쳤다. 당초 예상치였던 335만 달러와 큰 격차다.

소더비 역시 일부 경매에서 고가 낙찰 사례를 내놓았지만 흐름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뚜렷했다. 7월 경매에서는 낙찰총액 1150만 파운드(약 214억원)로 추정가에 근접했으나, 2025년 상반기 글로벌 경매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다. 전후 및 현대미술은 19.4%, 인상파 및 근대미술은 7.7% 각각 줄어든 반면, 디자인·장식미술 부문만 약 20% 반등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의 선방을 곧바로 경기 회복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유명 작가의 작품이 거래를 주도하며 지표를 끌어올린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소와 아동은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70억원 이상도 가능한 작품"이라며 "불경기일수록 경매회사를 중심으로 이른바 베스트셀러 마스터피스를 전면에 내세워 시장이 좋아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전략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는 일정 수준의 방어력이지, 구조적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글로벌 경기 흐름을 고려하면 미술시장의 본격적인 반등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분석했다.

문화스포츠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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