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좋은데 카페인은 싫어'…디카페인 매출 50% 급증

디카페인 판매금액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
프리미엄부터 저가 브랜드까지…저가 커피가 성장세 견인
‘디카페인’ 표시 기준 강화…시장 경쟁력 시험대

하루 평균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만큼 커피 소비가 한국인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가운데 이제 소비자의 관심은 '얼마나 마시느냐'에서 '어떤 커피를 선택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에는 건강관리와 수면의 질, 컨디션 조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카페인 섭취를 줄일 수 있는 '디카페인' 커피가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커피전문점 업계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디카페인 제품군을 확대하고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며 수요 선점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과거 '특수 옵션'에 가까웠던 디카페인이 이제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선택하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이 주요 커피전문점 11곳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최근 1년 동안 디카페인 관련 제품의 구매 추정액은 29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1466억원)과 비교하면 약 두 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이는 카페인 섭취를 조절하면서도 커피의 맛과 향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소비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5%가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 맛을 그대로 즐기면서 카페인 섭취를 줄일 수 있어 좋다'는 데 공감했으며, '카페인에 민감하지 않더라도 디카페인 커피는 좋은 선택지'라는 응답도 48.4%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건강 트렌드가 아닌 소비자가 지불한 비용 대비 심리적 만족감을 중시하는 '심리적 투자수익률(ROI)' 소비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고 있다.

브랜드별로 보면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를 중심으로 디카페인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스타벅스의 디카페인 음료 구매 추정액은 2025년 기준 1566억원으로 전년(1025억원) 대비 52.8% 증가했고, 같은 기간 투썸플레이스도 284억원에서 421억원으로 48.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다만 성장 속도만 놓고 보면 저가 커피 브랜드의 상승세가 더욱 가파르다. 메가MGC커피의 디카페인 구매 추정액은 491억원으로 전년 동기(256억원) 대비 92.0% 늘었고, 컴포즈커피는 60억원에서 137억원으로 127.2%에 달하는 신장률을 보였다. 디카페인 선택 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저가 브랜드가 디카페인 수요 확산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분석이다.

디카페인 커피는 취향이나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하나의 옵션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내년 3월부터 잔류 카페인 함량이 0.1% 이하인 원두를 사용한 커피만 '디카페인'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기준 개정이 예정돼 향후 시장은 품질과 신뢰도를 중심으로 한 경쟁 국면에 들어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카페인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커피 소비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기준 강화 이후에는 브랜드별 원두 관리와 가공 기술, 가격 전략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경제부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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