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트 빵 굽는 냄새 충격 실체…'초미세 입자, 분당 1조7300억개'

부산대 연구팀, 가정용 가전 실험
토스터·드라이어 등 초미세입자 배출 확인
연구진 "어린이 노출 위험 더 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토스터·에어프라이어·헤어드라이어 등이 실내 공기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정용 전자제품 사용하는 과정에서 중금속을 포함한 초미세입자(UFP)가 대량으로 배출돼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토스터는 빵을 넣지 않은 상태에서도 분당 약 1조7300억개의 초미세입자를 방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펙셀스

18일(현지시간)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 알럿(ScienceAlert)에 따르면 부산대학교 연구팀은 가정용 전자제품에서 배출되는 실내 공기오염 물질을 측정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위험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공기오염 측정을 위해 특수 제작된 밀폐 실험실에서 다양한 가정용 전자기기에서 배출되는 초미세입자 농도를 측정했다. 초미세입자는 지름이 100㎚(나노미터) 미만으로 인체 깊숙이 침투할 수 있을 만큼 작은 크기다.

실험 대상에는 여러 종류의 토스터, 에어프라이어, 헤어드라이어가 포함됐다. 대부분의 기기에서 다량의 초미세입자가 검출됐는데 가장 많은 입자를 배출한 제품은 빵을 자동으로 튀어 올리는 방식의 팝업형 토스터였다. 토스터는 빵을 넣지 않은 상태에서도 분당 약 1조7300억개의 초미세입자를 방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는 초미세입자가 인체에 미치는 직접적인 건강 영향을 측정하지는 않았지만, 연구팀이 수행한 시뮬레이션 결과 초미세입자가 코의 여과 기능을 통과해 성인과 어린이의 폐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기도가 더 작은 어린이의 경우 입자가 체내에 더 오래 머물 가능성이 있어 상대적으로 위험이 클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김창혁 부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자제품 설계 단계에서 배출 저감을 고려할 필요성과 연령별 실내 공기질 기준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일상용 전자기기에서 발생하는 초미세입자를 줄이는 것은 실내 환경을 개선하고, 특히 어린이의 만성 노출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러시 모터를 사용하는 헤어드라이어는 브러시리스 모터 제품보다 초미세입자 배출량이 10~100배 많았다. 펙셀스

연구팀은 초미세입자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전기 가열 코일과 브러시 방식의 DC 모터를 지목했다. 전기 가열 코일과 브러시 방식 모터는 작동 과정에서 열과 마찰이 발생하는 구조다. 실험 결과, 브러시 모터를 사용하는 헤어드라이어는 브러시리스 모터 제품보다 초미세입자 배출량이 10~100배 많았다.

연구팀은 또 초미세 입자 속에서 구리, 철, 알루미늄, 은, 티타늄 등 중금속 성분이 포함된 흔적을 확인했다. 이러한 금속은 주로 가열 코일이나 모터에서 직접 방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김 교수는 "이러한 중금속이 포함된 입자는 인체에 유입될 경우 세포 독성과 염증 반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전자제품에서 발생하는 초미세입자의 건강 영향을 직접 검증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기존 연구들에서는 초미세입자가 천식, 심혈관 질환, 고혈압, 당뇨병, 암 등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돼 왔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가정용 전자제품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조사 차원의 설계 및 효율 개선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보다 엄격한 규제 도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오염 물질의 발생 원인을 이해하는 것은 건강한 실내 공기질을 유지하기 위한 예방책과 정책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슈&트렌드팀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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