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프리포트 맥모란이 운영 중인 미국 애리조나주 새포드 구리광산 모습. 프리포트 맥모란 홈페이지
미국 구리 대장주인 프리포트맥모란이 전세계 구리가격 상승에 힘입어 강한 주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하원의원들도 잇따라 매입공시를 올리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사상최고치를 계속 경신 중인 구리가격이 내년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고, 생성형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수혜도 예상돼 내년 추가 상승세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프리포트맥모란의 주가는 18일(현지시간) 47.92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4분기(10~12월) 동안 22.58% 상승했다. AI거품론 등 미국 증시 조정 분위기 속에 S&P500 지수가 4분기동안 0.94% 오른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강한 상승세를 보인 셈이다.
지난 9월 프리포트맥모란이 운영하던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구리광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고 광산 운영이 중단되는 악재가 작용했음에도 10월 이후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광산 사고 여파에도 프리포트맥모란이 10월23일 발표한 3분기 매출실적은 69억7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7.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프리포트맥모란 주식을 매입했다는 공시까지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미국 정치인들의 주식거래 공시사항을 모아 게재하는 캐피톨트레이즈(Capitoltrades)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의 리사 맥클레인 하원의원, 민주당의 길 시스네로스 하원의원 등 미국 국회의원 10명이 올해 프리포트맥모란 주식을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9월 사상최고 가격인 1톤(t)당 1만달러선을 돌파한 이후에도 구리가격이 계속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프리포트맥모란의 주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올해 전세계 구리광산에서 발생한 사고들로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내년에도 구리 공급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17일 구리 현물가격은 1t당 1만1727.20달러를 기록했다. 구리가격은 지난 9월15일 1만124.57달러로 1만달러선을 돌파한 이후 지난 11일에는 1만1896.76달러까지 올라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이후에도 1만1700~1만1800달러선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공급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구리가격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그라스버그 구리광산 사고 이외에도 지난 5월 콩고민주공화국의 카모아-카쿨라 구리광산에서 홍수가 발생해 운영이 중단됐고, 7월에는 칠레 엘테니엔테 구리광산에서 터널붕괴로 조업이 중단되는 등 구리 광산에서 사고가 잇따랐다. 이로인해 전세계적인 구리 공급량이 단기적으로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이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씨티그룹은 15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구리 생산량 감소 우려에 미국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들이 구리 재고를 빠르게 사재기하고 있으며 이것이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구리가격은 내년 초 1t당 1만3000달러, 2분기에는 1만50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P연합뉴스
AI 데이터센터 건설 및 전력망 사업 확대에 따른 구리수요 증가 수혜도 받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전력공급 설비, 고전압 연결선, 통신배선에 모두 막대한 양의 구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구리수요는 2700만t으로 연평균 3~4%씩 늘어나고 있다. 2035년까지 3300만t, 2050년까지 3700만t으로 구리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IEA는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대에 따른 수요와 함께 내연기관 차량 대비 4배 이상 구리가 많이 필요한 전기차의 구리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리가격 상승세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되면서 프리포트맥모란의 주가도 60달러선까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미국 투자전문매체인 배런스는 "내년에도 구리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프리포트맥모란의 매출 성장세가 예상되는만큼 주가도 55~60달러선까지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