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취재본부 심진석기자
4일 서빛마루문화예술회관에서 지역 주민과 주요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를 초청해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주민과 소통하는 ‘K-국정설명회’ 을 개최했다. 광주·전남사진기자단 제공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잇따라 호남을 찾으면서, 민주당 내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심장'으로 불리는 호남민심을 선점하려는 두 사람의 행보가 향후 당권 구도를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18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정청래 대표는 오는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민주당 당원 교육연수에 참석해 'APEC 국민성과보고 및 민주당의 미래 비전'을 주제로 특강을 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광주 지역 선출직 공직자와 핵심 당원 등 약 3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이달 10일에도 현장 최고위원회를 겸한 호남발전특위 성과 보고 차 광주를 방문한 바 있다. 최근 들어 호남 방문 빈도를 눈에 띄게 늘리며 지역 당심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재명 정부 초대 총리인 김민석 총리 역시 서울시장 출마를 접은 뒤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둔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총리는 오는 20일 전남도청 김대중강당에서 열리는 'K-국정 설명회' 참석을 위해 전남을 찾는다. 이날 행사엔 김영록 전남도지사를 비롯한 전남지역 일부 시장·군수 등 기관 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및 당원 등 약 1,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리는 앞서 지난달 26일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기아차 광주공장, 서구 골목상권, 광산구 전통시장 등을 방문하며 민생행보를 이어왔다. 이달 4일에는 광주 노인건강타운을 찾은 뒤,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광주 서구 서빛마루문화예술회관에서 'K-국정 설명회'를 직접 주재하기도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의 연이은 호남 방문을 두고, 향후 당권 경쟁을 염두에 둔 선제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상계엄 국면과 대선을 거쳐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당 쇄신과 노선 재정립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당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의 호남 지역 권리당원 수는 약 37만 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전체 권리당원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당내 주요 선거마다 호남 민심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해 온 이유다. 더욱이 내년 1월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6월 지방선거, 8월 전당대회, 차기 총선까지 굵직한 선거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호남을 외면하기 어려운 구조다.
정 대표의 경우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추진했던 '1인1표제' 도입 등 '개혁 드라이브'가 주춤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호남 당심을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단 시각이 존재한다.
반면 김 총리는 정책과 조직을 강조하는 메시지에 무게를 두며 지역 당원 및 시민사회와의 접점을 넓혀왔다. 당의 중도 확장과 안정적 리더십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성향이 철저하게 나뉘는 두 정치인의 호남 행보는 민주당이 맞닥뜨린 변화의 갈림길에서, 누가 당의 목소리를 주도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호남은 여전히 민주당 내에서 방향타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라며 "김민석 총리와 정청래 대표의 잇단 방문은 당내 경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