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강나훔기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이달 중 개최될 것으로 예상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것과 관련해 "무산이 아니라 실무 조율 과정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해 일정이 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17일 대통령 업무보고 후 가진 기자단 질의응답에서 "비관세 장벽과 관련한 세부 사안에서 양측 모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며 "미무역대표부(USTR)과는 건설적으로 협의 중이며 내년 초를 목표로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핵심광물 협력 구상, 이른바 '팍스 실리카(Pax Silica)'에 대해서는 중국 배제를 목적으로 한 블록화로 해석하는 데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언론에서는 중국 제재로 보기도 하지만, 핵심광물처럼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분야에서는 어느 나라든 사용처와 공급선을 다변화하려는 정책적 필요가 있다"며 "한국 역시 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해 이런 협력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투자에 대해서는 다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장관은 "해당 투자 계획은 지난해 8월 MOU를 통해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라며 "고려아연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와 직접 연계해 지원하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필요성과 여건을 보며 미국 측과 협의해 나갈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을 목표로 가입 여부와 추진 전략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면서 "다만 가입 시기와 범위, 방식에는 고려할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관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에 대해서는 "민감한 쟁점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관계 부처와 협의해 슬기롭게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생산 세액공제·생산보조금 도입을 둘러싼 기획재정부와의 이견에 대해서는 현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산업부는 현장에 가장 가까운 부처로서 생산 세액공제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며 "통상 마찰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하겠지만, 유사 제도를 도입한 국가들이 늘고 있는 만큼 기재부와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투자 유인을 위해 법인세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업이 지방 이전 조건으로 세제를 핵심 요인으로 제시한다면 세제 당국과 협의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겠다"며 "기업마다 규제, 자금, 세제 등 핵심 요인이 다른 만큼 맞춤형으로 접근하겠다"고 했다. 다만 교육·의료·문화 등 정주 여건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간 갈등으로 표류 중인 원전 수출 거버넌스 문제와 관련해선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현재 제3의 기관을 포함한 새로운 구조를 검토하는 용역이 진행 중이다. 용역 결과를 토대로 내년 초 원전 수출 거버넌스 개편 방향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문화 혁신과 관련해서는 '가짜 일' 감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김 장관은 "보고서 과다 작성, 형식적 행사 등 국민과 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업무를 과감히 줄이겠다"며 "무기명 의견 수렴을 통해 불필요한 업무를 정리하고, 필요하다면 패널티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