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기자
삼성전자가 18일 화성사업장에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글로벌전략회의를 열고 시스템LSI사업부 관련 사업을 중요 의제로 논의할 전망이다. 시스템LSI사업부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와 이미지센서 등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역량 강화에 집중해 일단 급한 불은 껐다고 보고 품질 관리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17일 "삼성전자의 과거 전략회의와 비교할 때 이번엔 시스템LSI사업부 현안 논의 시간이 다소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간 삼성전자 글로벌전략회의는 고수익 사업인 메모리가 핵심의제였는데, 이번 회의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란 취지다.
업계는 시스템LSI사업부 업무의 한 축인 이미지센서가 이번 회의의 핵심의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지센서는 삼성전자가 기술 입지를 다져온 분야인데, 최근 5년간 앞서 있던 2억 화소(픽셀)에서 변화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일본 소니반도체솔루션즈, 중국의 옴니비전이 올해 차례로 2억 화소를 구현할 수 있는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와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2021년 9월 업계 최초로 0.64㎛(1㎛는 100만분의 1m) 크기의 픽셀을 2억개 담은 '아이소셀 HP1'을 내놨다. 하지만 소니와 옴니비전도 2억 화소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단계에 진입하면서 경쟁구도에 변화를 예고했다. 소니는 지난 10월 자사 최초의 2억 화소 스마트폰용 카메라 센서인 'LYT-910'을 내놨고 이어 옴니비전이 지난 11일 동일한 화소와 용도의 카메라 센서 'OVB0D'를 공개했다.
이미지센서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사용되는 정보를 감지하고 전달하는 반도체다. 탑재된 기기로 들어오는 빛의 파동을 정보가 담긴 작은 전류 신호로 변환해서 이를 이미지로 구현한다. 자동차, 가전제품에 이어 최근 로봇까지 여러 기기에 다방면으로 쓰이지만, 스마트폰에서의 역할이 크게 부각됐다. 현재 많은 기업이 이미지센서의 여러 유형 중 액티브 픽셀 센서(CMOS 센서)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소니는 최근 들어 5000만 화소만으로 고성능 센서를 만들어서 승부를 보겠다고 했던 그간의 전략을 바꿨다. 중국 역시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시장 흐름이 달라졌다. 중국 SYSPCB 등 현지 업체들은 지난해 720억달러(약 106조원) 수준이던 자국 이미지센서 산업 규모가 연평균 10%씩 성장해 2027년에는 900억달러(약 137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공개한 2억 화소의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P5'를 내년 초에 전면에 내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제품에는 세계 최초로 0.5㎛ 초미세 픽셀 기술이 쓰였다. 2억 화소의 '끝판왕'이란 평가도 받고 있다. 내년 2월 말 공개되는 갤럭시 S26 시리즈에 아이소셀 HP5를 적용할 예정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8월 애플에서 수주한 아이폰18용 이미지센서 공급도 중요한 과제다. 삼성전자는 애플에도 최신형 이미지센서인 아이소셀을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는 우주로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도 나온다. 우주항공청은 최근 업무보고에서 10㎝급 초고해상도 광학위성을 2029년까지 개발하고 사업비 445억원을 배정하겠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고성능 이미지센서가 필요하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를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성용 이미지센서 개발을 명목으로, 삼성전자가 고성능의 이미지센서를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