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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人]"HBM 초호황 시장균열 가속…하이닉스·삼성·마이크론 3강체제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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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AI 전문가 경희권 연구위원 인터뷰
교체 주기, AI 붐 겹쳐 '메모리 초호황'
AI, 美 주도의 새 패권 장치로 부상
메모리·파운드리 구도 흔들…글로벌 질서 재편

인공지능(AI) 특수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SK하이닉스가 독주해온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균열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AI 수요 폭발이 오히려 후발 주자들에게 기회의 문을 넓혀주면서, 기술과 자본력을 갖춘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맹추격으로 시장이 '3강 체제'로 급격히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일 세종 국책연구단지에서 아시아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메모리 시장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HBM은 SK하이닉스가 주도해 왔지만 이제는 수요가 공급능력을 넘는 국면"이라며 "올해가 지나며 HBM 시장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3대 3대 3의 구도로 다변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칩人]"HBM 초호황 시장균열 가속…하이닉스·삼성·마이크론 3강체제 될 것"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세종=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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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AI 특수로 모든 D램 제품의 단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면서 더 이상 캐파(생산능력)를 통한 단위당 비용 경쟁력이 크게 의미를 갖지 않게 됐다"며 "전통적인 단가 경쟁력은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추격자들에게 유리한 시장이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마이크론에 대해선 엘피다 인수 이후 다거점 연구시설과 미국 보조금 효과가 맞물리며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 연구위원은 "삼성과 SK가 10㎚(1㎚=10억분의 1m)대 공정 경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마이크론이 9㎚대로 직행한다고 하니 '피 튀기는 싸움'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단독 시장보다 맞춤형 반도체(ASIC) 가속기 시장의 성장에 주목했다. 그는 "2029년 ASIC 가속기 시장은 900억~1000억달러까지 추격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규모의 시장이 3년 안에 하나 더 생긴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에 누가 물량을 얼마큼 공급했느냐가 아니라 HBM 표준이 고도화될수록 더 높은 대역폭·안정성을 누가 먼저 양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경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봤다. HBM 세대가 고도화될수록 인터포저 등 패키징 영역에서 파운드리 공정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는 "세대가 갈수록 파운드리 공정의 중요성이 커진다"며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생산·개발 체력을 가진 쪽이 유리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시장 역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대만 TSMC 중심의 단일 구도에서 벗어나 다변화 국면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정치 환경 변화와 AI 부상, 안보·주권 논리가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와 인텔 등 후발주자에게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TSMC가 성장할 수 있었던 호조건의 가장 근본적인 배경인 서방 지도부의 세계관과 국제 정치 전략, 관세·비관세 장벽을 통한 비용 구조가 모두 깨졌다"며 "AI 특수가 후발주자들의 문을 활짝 열어준 상황"이라고 말했다.


"AI는 패권 장치"…미국은 '실패해도 간다'

[칩人]"HBM 초호황 시장균열 가속…하이닉스·삼성·마이크론 3강체제 될 것"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마친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종=윤동주 기자

그는 전 세계적인 AI 투자 붐의 배경에 미국 주도의 군사·지정학적 '억지력'이 깔려 있다고 봤다. 과거 핵무기 등장 이후 대규모 전쟁이 억제됐다는 이론처럼, AI 역시 국가 간 충돌 자체를 봉쇄하는 새로운 패권 장치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AI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국가 역량이 제약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비용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조 아래 미국은 무인 전력과 위성 네트워크를 AI로 연결하는 이른바 '골든 돔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으며, 최근의 AI 열풍 역시 2019년 에릭 슈밋 전 구글 공동창업자가 주도한 '국가 AI 전략 보고서'에서 제시된 로드맵의 연장선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최근 잇따르는 AI 투자를 단순 기술 확산이 아니라 군사·지정학적 패권 경쟁을 뒷받침하는 국가 인프라 구축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보와 패권 문제가 깔려 있는 만큼 미국 기업들은 자금 투입을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韓 버틸 수 있나…美 공급망 편입해야"

그는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과도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미국의 관세 압박이나 통상 정책에 "버틸 수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미국의 큰 프레임 안에선 실제로 한국이 AI 생태계를 주도하기보다 핵심 하드웨어 부품을 공급하는 역할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경 연구위원은 "지금은 메모리 수요가 좋아 그 역할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이를 근거로 지나치게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마이크론이 미국 아이다호와 뉴욕에 건설 중인 신규 팹이 내년과 내후년부터 순차 가동에 들어갈 예정인 데다, 폭스콘·위스트론·페가트론 등 대만 주요 전자 제조업체들도 멕시코와 북미 지역에 생산 거점을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즉 미국 중심의 '클로즈드 루프(공급망 전략)' 재편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메모리의 몸값이 높아진 지금이야말로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가야 할 골든타임"이라며 "지나치게 버티기보다는 여건이 되는 곳에는 빠르게 자리를 잡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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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맥락에서 그는 반도체 제조업 리쇼어링 역시 비용 경쟁이 아니라 전략 가치가 우선되는 영역으로 해석했다. 그는 "선단 공장 반도체 제조업을 비용 경쟁 때문에 아시아에 맡기는 흐름은 앞으로 약해질 것"이라며 "대만도, 한국도 '안보·주권' 프레임 속에서 어려워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AI 특수로 협상력이 높아진 현 시점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반도체 공급망에 유리한 조건으로 편입할 수 있는 기회이며, 선단 공정이 안보·주권 프레임으로 이동할수록 한국과 대만 모두 불리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세종=박준이, 장보경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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