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서 10대 그룹 총수 간담회
"메뚜기도 있고 토끼도 있어야 호랑이도 건강…경제는 생태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의제 중심으로 정상외교 이어갈 것"
李 대통령 "해외일정 취소하고 오셨다고요"…이재용 "당연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10대 그룹 총수들과 만나 "청년 채용 기회를 늘리고 지방 투자를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계는 "향후 5년간 약 270조원을 지방에 투자하겠다"며 호응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에도, 지방에도, 청년세대에도 골고루 온기가 퍼지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간담회장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던 도중 이재용 회장에게 "해외 (일정을) 취소하고 오셨다면서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 회장은 "당연합니다"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성장의 혜택이 편중되지 않아야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는 생태계라고 한다. 풀밭도 있고 메뚜기도 있고 토끼도 있어야 호랑이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며 "잘못하면 풀밭이 망가지겠지만, 그게 호랑이의 잘못은 아니다. 사실 제일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했다. 정부 차원에서 동반성장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지역 격차 문제를 대한민국의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을 벗어나면 큰일 날 것처럼 여겨지는 건 시설·기회·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며 "지방에선 사람 구하기 어렵고, 기업 활동이 어렵고, 일자리가 줄어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악순환 고리를 끊고 선순환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5극3특' 체제로 지방에 새로운 발전의 중심축을 만들겠다고 했고, 기업도 보조를 맞춰주면 좋겠다"며 "수도권은 땅값·전력·용수 등 비용이 점점 올라 과밀이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길게 보면 지방에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청년 고용과 관련해선 "작년에도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늘리고 청년 고용을 확대해 준 점에 감사드린다"며 "민·관이 협력해 청년 역량을 높이고 취업 기회를 늘리는 데 조금 더 노력해 달라"고 했다. 창업 지원에 대해서도 "고용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시대가 지나고 있다"며 정부·기업의 '합'을 맞추자고 제안했다.
최근 경제지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상외교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세상이 정신없이 혼돈을 겪고 있어 판단하고 행동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그럼에도 수출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주가도 5000포인트를 넘어서 국민이 희망을 조금씩 갖게 됐다. 여러분 덕분"이라고 했다.
이어 "정상회담을 다니다 보니 민간 경제협력은 기업 단위로 많은 노력을 하는데, 정상외교가 협력을 확대·심화하는 유효한 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국가, 필요로 하는 의제 중심으로 정상 외교 일정을 더 체계적으로 짜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단체나 개별 기업 입장에서 어떤 아이템에 어떤 국가가 좋겠다는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해주면 순방 일정과 행사 내용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류진 "지방에 270조…채용·훈련 늘리고 서비스산업 키워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은 대통령 모두발언 직후 "청년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 힘을 보태겠다"며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지방은 인구 감소로 지역 소멸을 걱정하는 악순환이 깊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10개 그룹은 5년간 약 270조원 규모의 지방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10대 그룹 외 기업까지 합치면 300조원 정도도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어 "신규 채용을 늘리고, 직무 교육·인턴십·현장 맞춤형 훈련도 확대하겠다"며 정부에 "기업들의 채용·고용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또 "인공지능(AI)·로봇 확산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있다"며 "고용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을 키워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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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창원 SK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장인화 포스코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허태수 GS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등이 참석했다. 경제단체에선 류진 한경협 회장과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이 배석했고, 정부에선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자리했다. 청와대에선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등이 참석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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