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인턴기자
홍콩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14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초부터 해체 수순을 밟아온 홍콩 민주당이 창당 31년만에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홍콩의 공식 민주화 세력이 사라진 셈이다. 구체적인 해산 사유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당 지도부는 앞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의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한 바 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AP·홍콩프리프레스(HKFP)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개최된 민주당 임시 총회에서 당 해산 동의안이 가결됐다. 투표에 참여한 당원 121명 가운데 117명이 해산에 찬성표를 던졌고 4명이 기권했다. 반대표는 없었다.
이에 따라 홍콩 최대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30여년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민주당은 지난 2월 지도부가 당 해산 방침을 정한 뒤로 해체 수순에 들어가 4월 해산 결의안을 마련하고 이날 총회 투표에 부쳤다.
로 대표는 총회 후 기자회견에서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우리는 한 장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힘닿는 범위에서 모든 것을 시도해왔지만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전반적인 정치적 환경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해산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압박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인사들은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중국 정부가 2020년 제정한 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라 잇달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또 지난해에는 민주당 출신 전직 입법회 의원 4명이 홍콩법원으로부터 민주 진영 예비 선거를 조작하고 국가 전복을 모의했다는 혐의로 최고 징역 6년 9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민주당은 모든 공직 선거 참여가 좌절됐으며, 후원 모금 행사도 열지 못하고 축제 참여도 무산되는 등 정당으로서 존립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모두 제한된 상태였다. 현재 민주당은 홍콩 입법회나 구의회에 소속 의원이 단 1명도 없는 상황입니다.
양숭 전 민주당 대표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초 중국 본토 관리들이 당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자신에게 연락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저항할 수 없는 힘에 직면했고 상황을 평가한 후 해산을 결정했다"며 "민주당의 해산은 홍콩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에서 권위주의 사회로 퇴보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