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희기자
소상공인 10명 중 9명은 내년에도 경영환경이 올해와 비슷하거나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침체, 내수부진 등 대내외적인 악재로 인해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신촌의 한 상가밀집지역에 빈점포들이 즐비하다. 조용준 기자
16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이같은 결과를 담은 '소상공인 경영실태 및 정책과제 조사'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4일부터 21일까지 도·소매업, 숙박, 음식점업 등 생활 밀접업종과 제조업종 등 소상공인 80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89.3%는 '내년 경영환경이 올해와 비슷(51.3%)'하거나 '악화(38.0%)'할 것으로 전망했다. 긍정적인 전망은 10.8%에 그쳤다.
올해 가장 큰 사업 부담 요인으로는 원자재비·재료비 상승 등 '고물가'라고 답한 비율이 56.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내수 침체로 인한 매출 감소(48.0%), 인건비 상승·인력확보의 어려움(28.5%), 대출 상환 부담(20.4%)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소상공인 대부분은 '폐업을 고려하지 않는다(97.4%)'고 응답했다. 취업 어려움과 노후 대비 등 생계형 창업이 전체의 91.4%를 차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상공인의 온라인 플랫폼 입점률은 28.1%로 전년 대비 3.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의 플랫폼 입점률이 44.3%로 도·소매업(20.3%), 제조업(15.5%) 대비 높은 수준이었다.
플랫폼 의존도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양상을 띠었다. 플랫폼 입점 기업의 총 매출 중 플랫폼 매출 비중은 평균 41.7%로 전년 대비 6.3%포인트 상승했다.
소상공인 전체 대출이 계속해서 증가하며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25.7%가 '전년 대비 대출액이 증가했다'고 응답했고 이들의 평균 대출 금리는 4.4%로 나타났다. 또 대출이 있는 소상공인의 46.2%가 '매우 부담'된다고 응답했고 44.2%가 '다소 부담'된다고 응답하는 등 전체 90.4%가 이자 및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올해 시행된 내수 활성화 정책은 주로 숙박·음식점업 등에서 체감 효과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음식점업은 절반 이상(52.3%) 정책 효과를 체감했다고 밝혔지만 도·소매업(18.0%), 제조업(8.5%) 등은 상대적으로 체감 효과가 낮았다.
효과가 있었다고 응답한 소상공인 가운데 65.4%는 '효과는 있었으나 일시적이었다'고 답해 향후 중장기적인 정책 지원의 병행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 외에도 단기간 매출 증대 등 직접적 효과(19.7%), 상권 분위기 개선 등 간접적 효과(8.8%), 신규 고객 유입과 재방문 증가(5.7%) 등이 뒤를 이었다.
향후 소비 촉진 정책을 추진할 경우, 보완돼야 할 개선 방향으로는 골목상권에 소비가 집중될 수 있도록 '사용처 기준 조정'이 41.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원 규모 및 기간 확대(31.8%), 정책홍보(24.5%) 순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소상공인 지원 정책으로는 내수 및 소비 활성화 지원(49.5%), 금융지원(41.5%), 판로지원(4.6%), 상생협력 문화 확산(1.8%) 순으로 조사됐다.
올해 국회나 정부에서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는 소비 촉진 및 지역 경제 회복(52.1%), 인건비 상승·인력 부족 해결(45.0%), 고금리로 인한 대출 부담 완화(42.8%),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26.3%) 순으로 꼽혔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고물가와 내수 부진 지속에 이어 최근 고환율까지 겹쳐 소상공인의 경영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소비 촉진 정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보였으나 대부분 단기적 수준에 그친 만큼 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는 중장기 성장 정책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