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화장품 ODM 일군 코스맥스 회장의 '정공법'

이경수 코스맥스그룹 회장, 서울대서 북 콘서트
"기회 잡을 수 있는 준비된 사람 되길" 조언
기업들 탈출한 中, 선제 투자로 기회 모색
K뷰티 1위 수출국 프랑스 넘어서게 될 것

"화장품 제조업, 지금 시작해도 될까요?"

15일 오후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경수 코스맥스그룹 회장의 북 콘서트에서 4년째 뷰티 브랜드를 운영 중이라는 한 학생이 이런 고민을 토로했다. 이 회장은 "브랜드사가 연구소부터 공장까지 모두 갖춰야 했던 과거와 지금은 다르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화장품 제조는 제조사와 협업하고, 브랜드사는 기획과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이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한다면 가장 중요한 속도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경수 코스맥스그룹 회장이 서울대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코스맥스 제공

이 회장은 이날 자신이 펴낸 자서전 '같이 꿈을 꾸고 싶다'의 출판 기념 강연을 열고 200여명의 후배와 만났다. 1970년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한 뒤 세계 1위 화장품 제조사개발생산(ODM) 기업을 일궈낸 선배로서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 명쾌한 조언을 이어갔다.

세부적으로 브랜드 창업을 꿈꾸는 학생에게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준비된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1992년 46세의 늦은 나이에 창업에 뛰어들어 회사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던 비결로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준비된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코스맥스가 중국에 신사옥을 짓는데도 이 회장의 철학이 반영됐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많은 화장품 기업들은 중국을 떠났다. 하지만 이 회장은 1500억원을 투자해 상하이 신좡공업구에 신사옥을 열고 연구,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조직을 한곳에 모을 예정이다.

이 회장은 "향후 K뷰티가 더 발전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이 중요한데, 중국에 투자하는 것도 이러한 브랜드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은 생화학 부문이 한국보다 더 발달해 세계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같은 브랜드 가치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더마(피부과 기술 기반)처럼 차별화된 기능과 기술력을 갖춘 브랜드가 프리미엄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좋은 사람을 주변에 두는 것도 준비된 상태를 만들기 위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평소에 상대방을 진심으로 도와주고 신뢰를 쌓아두면, 어느 순간 그 인연들이 다시 돌아와 사업의 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K뷰티가 프리미엄 경쟁력까지 키운다면 최대 화장품 수출국인 프랑스를 넘어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기준 K뷰티는 프랑스, 미국에 이어 수출국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반기 기준 미국의 수출액을 앞질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한국이 프랑스에 이어 화장품 수출국 2위에 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코스맥스는 K뷰티 광풍을 이끌면서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 중심이던 글로벌 뷰티 시장 흐름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빠르게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K뷰티가 전 세계인 일상 속에 침투하고 있는 만큼 '메이드 인 프랑스(Made in France)' 역시 대체 가능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회장은 "글로벌 브랜드 로레알과 K브랜드의 차이는 온라인을 활용해 MZ세대가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공급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K 브랜드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강연 말미에는 10년 뒤 코스맥스 모습에 대해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업을 본질로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화장품 시장의 가장 큰 경쟁력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누가 가장 빠르게 가져다주는지에 따라 갈릴 것"이라며 "소비자를 위한 연구소를 갖춰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가장 먼저 파악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 회장이 직접 집필한 자서전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중국 진출, 글로벌 확장 등 굵직한 변곡점을 지나 코스맥스를 1위 ODM 기업으로 성장시킨 33년의 경영 여정과 철학 등이 담겼다.

유통경제부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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