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기자
박승욱기자
유병돈기자
아시아경제가 4년 만에 다시 무연고 사망자를 들여다본 결과, 죽음의 풍경은 더 고요해졌고 더 늙어 있었다. 2021년 리포트가 '늘어나는 고독한 죽음'을 경고했다면, 이번 조사에서는 그 경고가 현실이 됐음이 숫자로 확인된다. 최근 5년간 무연고 사망자는 2배 이상 증가했고, 그중 상당수는 병원이나 집에서 생을 마감한 노인이었다. 이름을 불러줄 가족도, 장례를 치러줄 연고도 없는 죽음이 전국 모든 지역에서 일상적인 사회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2021년과 비교하면 최근 5년간 무연고 사망자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6~2020년 5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무연고 사망자는 사망 연도와 연령을 추정할 수 없는 사례를 모두 포함해 1만751명이었다. 반면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발생한 무연고 사망자는 2만3643명으로 집계돼 불과 5년 만에 2배를 훌쩍 넘어섰다. 동일하게 사망 연도와 연령을 알 수 없는 사례를 포함한 수치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 무연고 사망자와 다른 연령대 간 격차가 뚜렷해졌다. 사망자 수 자체가 늘어난 데다 전체 무연고 사망자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상승했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연령 확인이 가능한 무연고 사망자 1만361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4799명으로 46.3%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같은 기간 연령 확인이 가능한 사망자 2만3097명 중 65세 이상 무연고 사망자가 1만3520명으로 늘어 비중이 58.5%에 달했다.
반대로 65세 이하 연령대의 비중은 감소했다. 4년 전에는 50대 무연고 사망자가 2411명으로 전체의 23.3%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사망자 수가 4075명으로 늘었음에도 비중은 17.6%로 낮아졌다. 40대와 40대 미만 무연고 사망자 역시 절대적인 수는 증가했지만, 비중은 각각 3.4%포인트, 1.9%포인트 줄었다.
광역자치단체별로 살펴봐도 노인 무연고 사망자 증가세는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2021년 리포트에서는 부산(49.96%)과 전북(51.98%)만이 노인 비중이 50% 안팎이었으나, 올해 기준으로는 모든 광역자치단체에서 노인 무연고 사망자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부산은 무연고 사망자 중 노인이 1523명으로 63.9%를 차지했으며, 전북(62.0%·417명), 경북(60.2%·655명), 전남(60.0%·367명) 등도 60%대를 기록했다.
2021년엔 서울, 인천, 경기의 수도권 무연고 사망자의 사망 장소만을 분석했지만, 올해는 범위를 전국으로 넓혔다. 당시엔 수도권 무연고 사망자 5224명 중 3149명이 의료기관에서 사망해 60.3%를 기록했지만, 올해 전국 기준으로는 2만2745명 중 1만4164명(62.3%)이 의료기관에서 사망했다. 고령 무연고 사망자가 더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1년 기준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사망한 수도권 무연고 사망자는 1352명(25.9%)이었다. 올해 기준으로는 지난 5년간 7440명(32.7%)이 자신의 집에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도 집도 아닌 길거리나 강변, 주차장 등지에서 사망한 전국 무연고 사망자 수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엔 2016~2020년까지 수도권 노상에서 사망한 322명에 대한 집계만 이뤄졌지만,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에서 1026명의 무연고자가 노상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5년간 전체 무연고 사망자 중 4.5%를 차지하는 비중으로 적지 않은 수치다.
한편, 무연고 사망자 대부분이 남성이었던 기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최근 약 5년간 성별 확인이 가능한 무연고 사망자 2만2259명 가운데 남성은 1만7152명(77.1%)으로 여성(5107명·22.9%) 대비 3배 이상 많았다. 2021년엔 전체 사망자 1만767명 중 8287명(77%)이 남성이었고, 2276명(21.1%)이 여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