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검, 180일 수사 마무리… '2022년부터 비상계엄 준비'

조은석 특검 "尹, 한동훈은 빨갱이… 총으로 쏴 죽이겠다"
"尹, 신념 따른 게 아냐… 자신 거스르는 사람 계엄 통해 제거 "

"나에게 비상대권이 있다. 내가 총살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다 싹 쓸어버리겠다."(2022년 11월25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자리 발언)

조은석 특검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동기와 최초 준비 시점 등을 포함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12.15 윤동주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해 온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 등 27명을 기소하고 180일의 수사를 마쳤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발언 등을 토대로 사실상 2022년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2023년 10월 군 장성 인사 이전부터 구체적인 비상계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은 군을 통해 사법권을 장악하고 비상입법기구로 입법권을 장악, 무력으로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유지하려 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조 특별검사는 15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윤석열 등은 비상계엄을 선포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비정상적 군사작전을 통해 북한의 무력도발을 유인했으나 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실패했다"며 "윤석열 등은 국회에서 이뤄지는 정치활동을 내란을 획책하는 '반국가행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조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비상계엄 시기를 2024년 총선 후로 확정한 뒤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비상계엄을 결행하면서 그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속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조 특검은 "윤석열과 김용현은 2024년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들른 하와이에서 동행한 강호필 합참차장에게 '한동훈은 빨갱이다. 군이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한동훈에 대한 적개심과 비상계엄의 필요성을 말했다"며 "2024년 10월1일 군사령관들과의 만찬 자리에서는 '한동훈을 잡아오라. 총으로 쏴 죽이겠다'라고 말했으며,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한 법관을 체포하려 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윤석열이 신념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을 거스르거나 반대하는 사람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비상계엄을 통해 제거하려 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2023년 10월 軍 장성 인사 이전부터 '비상계엄' 논의·계획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최초로 계획했던 시점이 2023년 10월 군 장성 인사 이전이라고 보고 있다. 당시 인사에서 윤 전 대통령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을 임명해 비상계엄을 실행할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비상계엄 때 병력을 동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특검팀이 2023년 군 인사부터 비상계엄의 진용을 갖췄다고 판단한 근거는 비상계엄의 계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기재된 군 인사 내용이 인사에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비상계엄을 위해 사전에 인사를 조율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2022년 7~8월께 윤 전 대통령이 총선 이후 계엄을 계획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는 사정기관 고위직 출신의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정상적 군사작전으로 무력 대응을 유발해 비상계엄 여건을 조성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고 결론 내렸다. 여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면서 '적 행동이 먼저임. 전시 또는 경찰력으로 통제 불가 상황이 와야 함' '군사적 명문화, 공세적 조치, 적의 요건을 조성' 등 북한의 도발을 유인하기 위한 움직임을 포착한 것이 특검팀의 판단 근거가 됐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 등은 국회 기능을 정지하기 위한 명분으로 '부정선거'를 전면에 내세우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기관이 아닌 대북 작전을 수행하는 정보사 요원 등으로 수사단을 구성하고 부정선거 조작을 위해 야구방망이·송곳·망치 등을 준비, 지난해 총선 결과가 반국가세력에 의한 부정선거라고 조작할 것을 기획했다는 것이다.

한덕수·추경호·박성재 신병 확보 실패… '표적 수사' 비판도

특검팀 윤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반면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로 '표적 수사'를 벌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벌인 특검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 '진상 규명'이라는 특검 수사의 본래 목적이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검팀은 수사 초반부터 광폭 행보를 보이면서 수사 개시 22일 만에 윤 전 대통령을 신속하게 재구속했다. 윤 전 대통령을 재구속한 특검팀은 곧바로 내란에 동조한 혐의 등으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는 등 수사 초반 단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성과를 거뒀다. 비상계엄 의결 과정에 참여했던 핵심 국무위원들을 줄줄이 소환하면서 일부 인사들에 대해서는 신병을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 중반부터 한 전 총리 등 주요 인물에 대한 무리한 신병 확보에 나서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한 전 총리 등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줄줄이 기각되면서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결국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 13건 중 6건이 기각되면서 이른바 '먼지 털이식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소유지 체제로 전환… 특검보 2명·파견검사 20~30명 규모

특검팀은 그동안 총 249건의 사건을 접수받아 215건을 처리하고 34건을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했다. 대법원장·내란사건 재판장 등 사법부 관계자에 대한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고발사건은 전날 불기소 처분했다.

특검팀은 수사 인력을 축소하고 본격적인 공소유지 체제로 전환됐다. 박억수, 장우성 특검보가 잔류해 공소유지를 총괄하는데,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까지만 특검팀에 남기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견 검사는 20~30명 수준을 유지하고 파견기관의 인력 부족 상황 등을 고려해 검찰 수사관과 경찰 등은 적정 인력을 남겨두기로 했다.

서울고등검찰청 6·12·14·15층에 꾸렸던 특검 사무실은 법원과의 지리적 근접성을 고려, 효율적 공소유지를 위해 규모를 축소해 남기로 했다.

사회부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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