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보다는 美 장기 국채금리 상승세가 관건'

실체 있는 AI 실적…'거품' 보단 '주춤'
美 장기 금리 상승에 세계 '금리발작' 가능성
韓시장 주가·채권·환율 트리플 악세 우려

미국 오라클과 브로드컴 실적 발표를 계기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주요 AI 기업들의 부채 및 자본지출 리스크 등이 재차 불거졌지만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기에 큰 부담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 기조를 더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15일 iM증권은 AI 거품론이 당장 해소되지 않겠지만,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이 지난달처럼 크게 불안하거나 동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AI 거품론은 지난주 오라클과 브로드컴 실적 발표 이후 재점화됐다. 오라클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실적 발표 이후 28.8베이시스포인트(bp·1bp=0.01%) 급등하면서 전고점을 넘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사상 최고치 수준에 육박했다.

그럼에도 iM증권은 AI 거품론을 '기우'로 봤다. 일부 빅테크 기업 실적이 시장을 실망시켰지만, 지난달처럼 신용경색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우선 AI기업의 실적은 실체가 있기 때문이다. AI 자본지출 확대와 수익성 논란을 잠재울 만큼의 실적이 아니었을 뿐, 이전 닷컴 버블처럼 실적 자체가 부진한 것은 아니다. 다만 시장 눈높이에 맞는 실적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거품 붕괴'가 나타나기보다는 AI 열풍이 잠시 주춤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특히 지난달처럼 AI 거품론 혹은 자본지출 확대에 따른 수익성 논란이 주요 빅테크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오라클 CDS는 급등했지만 다른 빅테크 기업의 CDS는 소폭 반등하는 데 그치며 지난달 전고점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과 같은 단기 자금 경색과 신용리스크 고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안정되는 분위기다. 오라클 CDS 급등에도 미국 신용스프레드는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화도 지난달보다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처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고 있지는 않은 모습이다. 지난달 금융시장 불안감을 키웠던 지방은행 주가도 반등하는 등 신용 리스크 우려는 진정되는 분위기다.

증시를 떠받치는 시중 유동성은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매파적 금리 인하를 우려했지만 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는 비둘기파적 색채가 강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지급준비금 관리 매입(RMP)' 조치를 시행, 단기 국채 매입에 나서면서 시중 유동성 경색 우려는 완화됐다. 단기 국채 중심으로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비트코인도 9만달러 중심으로 안정화하는 추세다.

박 연구원은 "미 연준이 단기 자금 시장에 유동성을 조기에 공급하면서 자금경색 및 신용우려가 낮아질 것"이라며 "이는 AI 거품론 확산 차단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보다 더 걱정할 요소는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 기조다.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와 단기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달 FOMC 이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추가 상승 리스크에도 노출됐다. 이번 주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만약 ECB가 매파적 목소리를 내고, 일본은행도 금리 인상과 더불어 추가 인상을 시사할 경우 미국 중심으로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가 추가로 동반 상승할 수 있다. 이는 채권시장은 물론 주요 자산시장에도 긴장감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기 국채금리 발 '금리발작'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 셈이다.

박 연구원은 "미국 중심 주요국 장기금리 동반 상승세가 현실화할 경우 연중 고점에 바짝 다가선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넘어설 수 있다"며 "국내 금융시장에 주가, 채권, 원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권자본시장부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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