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쿠팡 사태를 막기 위한 방법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도
쿠팡 이용객 여전히 많아
정보유출 우려보다 편리함 선택
유통 시장 경쟁 촉진 다양한 선택지

"그래도 쿠팡 없이는 못 산다."

'쿠팡의 인공지능(AI) 패권' 기획 취재 과정에서 만난 취재원은 쿠팡의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 이후 결제 카드 한도를 축소하고 계속 이용 중이라고 했다. 본지는 당시 기획을 위해 자칭 '쿠팡 중독자'인 취재원의 한 달간 구매 내역을 분석해 소비 패턴을 발견했다. 워킹맘인 그는 쿠팡에서 가공식품 등 생필품은 물론 아들의 학습 준비물, 취미생활을 위한 골프용품까지 주문했다. 마케팅이 필요한 기업들에 필요한 '상업적 가치'가 가장 높은 정보다.

쿠팡이 털린 3370만 고객의 개인정보에는 이름과 전화번호, 배송 주소에 이어 주문정보도 포함됐다. 이는 단순한 '개인정보'를 넘어 개인의 소비 성향을 그대로 드러내는 가장 비싼 정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개인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쿠팡 사태와 관련해 "'잘못하면 회사 망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된다"면서 강력한 경제 제재를 주문했다. 고객 정보를 보호하지 못한 기업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제재를 예고하고, 국민적 분노가 커진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기업이 고객 정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을 때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 분명히 보여줄 필요는 있다.

그러나 해법이 '규제 강화'에만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쿠팡 사태 이후에도 이용자는 오히려 늘었다. 이는 국민의 보안 의식이 낮아서가 아니다. 쿠팡을 대체할 선택지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빠른 배송과 압도적인 상품수, 가격 경쟁력, 간편한 결제와 반품까지 소비자는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우려하면서도 편리함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에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대규모 직매입을 통해 새벽배송이 가능한 온라인 플랫폼은 쿠팡이 사실상 유일하다. 새벽배송 업체인 컬리와 오아시스는 신선식품 등 먹거리 중심 상품이 주력이고, 네이버쇼핑과 G마켓 등 국내 e커머스 플랫폼은 물론 중국 알리익스프레스도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오픈마켓인 탓에 배송기간이 길다. 대형마트의 경우 전국 점포를 물류센터 삼아 다양한 상품의 빠른 배송이 가능하지만 심야영업 금지 규제로 새벽 배송이 불가능하다.

쿠팡의 대항마가 없는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유통 시장의 경쟁 복원이다. 소비자가 언제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기업은 고객을 두려워한다. "잘못하면 망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는 과징금 액수보다 시장에서의 이탈 가능성에서 더 강력하게 작동한다. 경쟁 시장에선 보안이 경쟁력이다. 더 안전한 곳으로 소비자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도 완벽한 보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킹은 계속 진화하고, 내부자 유출 가능성도 사라지지 않는다. 쿠팡 사태는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운 동시에 한국 유통 시장의 취약한 경쟁 구조를 드러낸 경고다. 독점에 가까운 플랫폼 구조는 그 자체로 보안 리스크다. 쿠팡 사태를 막는 길은 더 많은 선택지다.

유통경제부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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