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1인 가구 직장인 장성연씨(34)는 한 달에 세 번꼴로 '소분 모임'에 참여한다. 회사 근처 대형마트에서 베이글·도넛·고기처럼 묶음으로만 판매되는 식품을 산 뒤 온라인 채팅방에서 약속한 이웃들과 나눠 갖는 방식이다. 장씨는 "그냥 사 먹기엔 양이 많아 부담스러운데, 소분하면 먹을 만큼만 나눌 수 있어 알뜰하게 소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분 소비 관련 이미지. 챗GPT
최근 대형마트의 묶음 상품을 함께 사 필요한 만큼만 나눠 갖는 '소분 소비'가 새로운 절약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16일 중고거래 앱 당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생성된 소분 모임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7배 증가했다. 필요한 양만 구매해 낭비를 줄이고, 묶음 구매 대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100명이 참여하고 있는 '서울역 코스트코 소분 모임'에서는 얼마 전 9990원짜리 베이글 12개입을 나눠 개당 833원에 소분했다. 한 참가자는 "디저트류는 대량으로 팔아서 부담됐는데 소분하면 당일 먹을 만큼만 가져갈 수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생필품과 식품을 중심으로 시작된 소분 트렌드는 꽃·반려동물용품·원두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소분 소비가 확산하는 배경에는 치솟는 물가와 1인 가구 증가가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식품 물가지수는 127.1(2020년=100)로 5년 새 27.1% 상승했다. 1인 가구는 지난해 기준 804만5000가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가 높고 1인 가구가 늘어난 상황에서 대용량 상품을 나눠 사는 방식은 자연스럽게 확산될 수밖에 없는 소비 패턴"이라며 "앞으로는 소분 소비가 연령대를 넘어 하나의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고, 온라인 플랫폼과 유통업계가 이를 서비스 형태로 제도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