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약발 떨어졌나'…꿈틀대는 부동산시장[부동산AtoZ]

대책 발표 후 서울 매매 매물 18% 감소
강북 10억 초반대 매매 신고가 경신
"매매 거래 3건 중 1건 계좌 안 나와"
올초 대비 6억 초과 전세 거래 비중도 늘어

10.15대책 이후 잠잠했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심상치 않다. 매물이 급감한 가운데, 서울 외곽에서도 신고가를 기록하는 지역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확대 지정에 따라 전세 매물의 씨가 마르고 가격이 들썩이자, 매매를 고민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대책의 약발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물이 없는데 집값은 오른다

15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1일 현재 서울 아파트 매물은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10월16일보다 18.0% 감소했다. 7만2997건에서 5만9883건으로 줄었다. 겨울이 계절적 비수기라고 해도 매물의 감소세가 도드라진다. 자치구 별로 보면 30% 이상 매물이 사라진 곳이 여럿 보인다. 성북구(-32.7%), 서대문구(-32.4%), 강서구(-30.2%), 마포구(-29.0%), 동대문구(-28.0%) 순으로 매물 감소 폭이 컸다.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매물이 크게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성북·서대문·강서구 등은 6억원까지 대출을 받아 매수할 수 있는 15억원 미만의 매물이 많은 지역이다.

매물이 줄면서 가격은 오르고 있다. 특히 소형 아파트의 가격이 심상치 않다. 전·월세 품귀 현상이 극심해지자, 빚을 내서라도 집을 장만하려는 이들이 10억원 초·중반대 소형 아파트 찾으면서 신고가에 거래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시내로 출근하는 젊은 직장인이 많은 은평구 응암동의 녹번e편한세상캐슬 59㎡는 직전 최고가(11억7500만원)보다 비싼 12억원에 거래됐다. 단지 인근 D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거의 없긴 하다. 그중에서 거래가 되면 최고가가 나오고 있다. 11억원 내외 매물을 찾는 수요자들이 있는데 매도자들은 12억원 중반대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수자를 찾아 집주인 계좌번호를 달라고 하면, 집값을 더 받고 싶어서 3개 중 1개는 주지 않는 분위기"라며 "일부 매도자들의 경우 원하는 가격에 집을 팔 수 있게 됐는데, 정작 그가 사려는 집의 주인이 계좌번호를 주지 않아 거래가 무산되는 상황이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27일 서울 마포·성동구 아파트 가격이 2013년 관련 통계 공표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오른것으로 발표되었다. 서울 아파트 값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2025.06.27 윤동주 기자

영등포구 양평동 일대에도 상황이 비슷하다. 소형 아파트 매물 품귀 현상이 극심하다. 양평동 M공인 대표는 "최근 매물이 나오는 족족 팔려서 매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강북 지역 10억 초반대 아파트도 이달 들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성북구 보문동 보문파크뷰자이 59㎡는 지난 2일 역대 최고가인 11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보다 4500만원 높은 가격이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 84㎡는 지난 2일 15억원에 거래되며 2021년 9월 최고가(15억4000만원)에 가까워졌다. 강서구 내발산동 우장산힐스테이트 59㎡는 지난 2일 13억6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최고가보다 6300만원 오른 가격에 신고가를 썼다

전셋값이 계속 뛰니 "집 사자"

전셋값은 앞으로도 뛸 전망이어서, 집을 사려는 수요는 더욱 많아질 수 있다. 전셋값이 뛰면서 전체 전세 거래 중 6억원 이상 거래 비중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액대별 비중을 보면 6억원 초과~9억 이하 비중은 30.9%로 올해 1월(25.15%) 대비 5.75%포인트 늘었다. 9억 초과 고액 전세 비중도 15.31%로 1월(10.32%)보다 4.99%포인트 증가했다. 아실에 따르면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한 달 전과 비교해 2만6467건에서 2만4854건으로 6.1% 감소했다.

10·15 대책의 효과가 약해지는 분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의 12월 2주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0.18% 오르며 전주 대비 상승 폭이 커졌다. 송파구(0.34%), 동작구(0.32%), 용산구(0.28%), 성동구(0.27%), 영등포구(0.26%) 순으로 오름폭이 높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내년에도 규제 환경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고, 전세 매물은 월세화 등으로 줄어들었던 상황에서 매매 매물까지 동시에 줄어들고 입주 물량도 감소할 여지가 있다"며 "9억원 내외 고액 전세 비중이 늘고 있다는 것도 전셋값이 오른다는 징조로 볼 수 있다. 전세 매물 감소와 전세가 변동률이 높아지는 것이 수요자들에게는 자가 이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부동산부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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