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석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 협정을 맺었던 태국과 캄보디아가 국경 지역에서 다시 무력 충돌을 벌였다. 양측이 교전을 이어오다 지난 10월 체결한 휴전은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태국과 캄보디아의 무력 충돌 탓에 집을 떠나 피신한 태국 주민들이 8일(현지시간) 부리람주 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태국군은 이날 새벽 북동부 우본랏차타니주에서 캄보디아군과 교전을 벌였다. 태국군은 "캄보디아군이 먼저 태국 영토 내로 포격했으며, 후속 지원사격을 차단하기 위해 캄보디아 여러 지역의 군사 표적을 항공기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매체들은 태국 당국이 국경을 맞댄 4개 주 주민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고, F-16 전투기를 출격시켜 대응했다고 전했다.
반면 캄보디아 국방부는 선제 포격을 부인하며 "태국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모든 적대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 최근 며칠 동안 태국군이 도발적 행동을 이어왔고 두 곳에서 캄보디아군을 공격했으나, 캄보디아는 이에 보복하지 않고 사격 중단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태국군은 전날 오후 캄보디아군의 소총 사격으로 병사 2명이 다쳤고, 이날 오전에도 공격받아 병사 2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측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양국 갈등은 지난 5월 태국 북동부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소규모 교전에서 시작됐다. 이후 7월 국경 인근 지뢰 폭발 사건을 계기로 충돌이 본격화되며 최소 48명이 숨지고 30만 명이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양측은 지난 10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기간 휴전 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8개월 만에 "8개의 전쟁을 끝냈다"면서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성과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휴전 협정에 따라 양국은 국경 지역에서 중화기를 철수하고 지뢰 제거에 협력하기로 했으나, 휴전 불과 2주 만인 지난달 10일 태국군 1명이 국경 지대에서 지뢰를 밟아 중상을 입자 태국 정부는 협정 불이행을 선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