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기자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향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일본·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연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18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파장이 일었고 유럽에서는 '적극적인 통화 정책'을 촉구하는 불만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일본은행(BOJ)은 12월18~19일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17~18일 회의를 개최한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검토할 것"이라며 정책금리 인상 신호를 보냈다. 앞서 1월 인상 때도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고해 시장 충격을 줄인 적이 있는 만큼, 비슷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일본의 정책금리는 0.5% 수준이다.
일본 정부도 BOJ의 금리 인상을 막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든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최근 BOJ가 2%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적절하게 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수단은 BOJ의 판단에 맡긴다고 밝혔다. 기우치 미노루 경제재생상 역시 정부와의 긴밀한 소통을 요청하면서도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BOJ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일본은 사나에 다카이치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자 올해 1월 이후 11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하는 게 된다. 사나에 내각은 전임 아베 신조 총리의 '아베노믹스'를 표방한 확장적 재정정책 중심의 '사나에노믹스'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이 금리 인상 시 채권시장 변동성은 커질 전망이다. 이미 시장에선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일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연 1.948%를 기록했다. 2007년 7월 이후 18년 만에 최고치다. 조만간 연 2%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ECB의 경우 2% 안팎의 안정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율을 유지하면서 대응 여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앞서 ECB는 지난 10월 금리를 동결하며 세 번째 동결을 단행했는데, 이번에 또 동결할 경우 네 번째가 된다. 유럽 정책금리는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예금금리 기준 2%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금리를 조급하게 조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로스타트가 지난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11월 2.2%로 10월 2.1% 대비 0.1%포인트 상승해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로써 3개월 연속 ECB의 중기 목표인 2.0%를 상회했다.
시장에서도 금리 동결 가능성으로 기울었다.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의 이코노미스트 디에고 이스카로는 발표 직후 "ECB의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을 확신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지난달 28일 "지난 회의에서 합의한 금리는 올바르게 설정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7일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와의 인터뷰에서 ECB가 인플레이션만을 유일한 목표로 삼을 것이 아니라 성장과 고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내부시장의 가치를 재확인하려면 인플레이션만이 아니라 성장과 고용도 목표에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Fed가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이중 목표'를 가진 것과 달리, ECB는 약 2% 수준의 물가안정을 달성하는 데 중심을 두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과거에도 ECB 목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