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美 관세 본격화에도 中 타격 적었던 이유는

1차 미·중 무역갈등 후 수출국 다변화 강화
관세 대응+공급과잉 해소+신흥국 영향력 확대
AI 기술 경쟁력 접목해 영향력 확대 시
韓 등 제조업 중심 국가 어려움 커질 우려

올해 미국 관세정책 시행에도 중국의 타격이 예상보다 적었던 건 1차 미·중 무역 갈등 이후 두드러진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 영향이며, 이는 미국 관세 충격 대응뿐 아니라 자국 내 공급과잉 해소와 신흥국 영향력 확대 차원에서 빠르게 진행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으로 중국이 기존 강점인 제조 경쟁력에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경쟁력까지 접목해 미국 외 국가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영향력을 확대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 일본 등 제조업 중심 국가의 어려움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은행은 11월 경제전망 내 '최근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 가속화 현상에 대한 평가'(이준호·정희완·이상헌·유건후·이승민)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당초 중국경제는 미국 관세정책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중국 수출이 대미 수출 급감을 미국 외 수출 확대로 완충하면서 높은 증가세를 유지,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 관세 조치로 지난 4월 이후(올해 2~3분기)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줄었으나 유럽연합(EU), 아세안, 아프리카 등 여타국 수출은 12% 증가했다. 수출집중도를 나타내는 중국의 HHI(Herfindahl-Hirschman Index)가 올해 중 큰 폭 하락했다. 중국의 이 같은 수출국 다변화는 2018년 1차 미·중 무역 갈등 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했으며, 올해 들어 미국 관세정책 시행으로 더욱 가속화됐다.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1차 미·중 무역 갈등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다(2018년 19.3%에서 2024년 14.7%) 올해 1~3분기 11.4%로 하락 폭이 더욱 확대됐다.

이준호 한은 조사국 중국경제팀 과장은 최근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가 ▲미국 관세 충격 대응 ▲자국 내 공급과잉 해소 ▲신흥국 영향력 확대 차원에서 빠르게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이 과장은 "미국 관세부과 이후 중국의 아세안 수출이 급증했는데, 이는 중국과 아세안의 높은 공급망 연계를 활용해 중국이 대미 수출 급감분을 '중국→아세안→미국' 경로로 대체하는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201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다국적기업뿐 아니라 중국도 아세안 투자를 크게 늘렸고, 이에 따라 아세안과의 교역도 2010~2014년 연평균 3098억달러에서 2020~20214년 연평균 7435억달러로 대폭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세계산업연관표(ADB-MRIO)를 이용해 중국의 아세안을 통한 미국 경유 수출을 추정해도, 1차 미·중 무역 갈등 직후인 2019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장은 "올해 미국 관세정책 이후 주요국 간 교역네트워크를 통해 교역 흐름 변화를 살펴볼 때, 올해도 아세안을 경유한 중국의 미국 수출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대아세안 수입 비중 변화가 큰 주요 품목으로는 완구류와 진공청소기·TV 등 전기·전자장비가 꼽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10월30일 부산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국 내 공급과잉 해소 차원에서도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는 가속화했다는 평가다. 중국은 철강 등 전통 제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신산업 부문에서도 과잉 공급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 내 수요 부진과 규제 강화로 공급과잉 품목의 저가 수출이 미국 외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과장은 "특히 중국 전기차, 태양광, 배터리 등의 생산 규모는 중국 내수와 글로벌 전체 수요를 상당폭 초과하고 있어 이들 품목의 EU 등에 대한 수출이 많이 증가하고, 수출단가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주요 산업철강·석유화학·전기차·태양광·배터리 등 구조조정 등을 통해 과잉생산을 완화하고자 공급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민간 기업도 과잉생산 억제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과장은 "그러나 유의미한 감산과 구조조정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미국 외 국가로의 중국 공급과잉 품목 수출 압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여타국으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의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1~3분기 중국의 아프리카 및 중남미(멕시코 제외)로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9%, 11.5% 증가하며 총수출 증가율(6.1%)을 큰 폭 웃돌았다. 이 과장은 "중국의 아프리카 수출이 급증한 것은 라이베리아로의 선박인도 급증, 북아프리카 지역으로의 승용차 중심 수출 큰 폭 확대 등에 따른 것"이라며 "일대일로 사업을 바탕으로 한 아프리카의 전략적 활용 증대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13년 이후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며 아프리카 투자를 크게 늘렸고, 아프리카와 외교적 연대 강화뿐 아니라 경제적 교류도 확대하고 있다.

중남미는 미국 관세부과 주요 대상국인 멕시코, 브라질을 제외한 여타 중남미 국가(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등)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었다. 이 과장은 "이 역시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시장선점 효과 등을 고려한 것"이라며 "그동안 중국은 중남미 국가에서 차관 연장, 항만 인수, 5G 네트워크 매입을 통해 꾸준히 영향력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승용차, 가전, 휴대폰 등 수입 내구재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꾸준히 확대된 가운데, 올해 들어 승용차 등을 중심으로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의 수출 기여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관세정책이 완화되더라도 미·중 경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도 중국은 수출국 다변화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대미 수출 감소를 완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신흥시장 등 미국 외 국가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영향력을 더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장은 "앞으로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제조 경쟁력에 높은 AI 등 첨단기술 경쟁력까지 접목될 경우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역할이 더욱 강화돼 중국 제조업의 글로벌 지배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독일, 일본 등 여타 제조업 중심 국가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금융부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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