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모기자
"하이츠 셀라(Heitz Cellar)는 나파 클래식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미국 프리미엄 와인의 얼굴입니다."
하이츠 셀라를 소유한 드메인 에스테이츠(Demeine Estates)의 필라나 부비에(Philana Bouvier)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하이츠 셀라의 목표는 변신이 아니라 지속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필라나 부비에(Philana Bouvier) 드메인 에스테이츠(Demeine Estates)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1961년 설립된 하이츠 셀라는 미국 와인의 근대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이름이다. 미국 최초의 싱글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 '마르타스 빈야드(Martha's Vineyard)'를 탄생시킨 주역으로 나파 밸리(Napa Valley) 프리미엄 와인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와이너리다. 오늘날에도 하이츠는 전통적인 장기 숙성 방식과 유기농·친환경 농법을 고수하며 전형적인 나파밸리 와인인 '클래식 나파'라는 개념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생산자로 평가받는다.
하이츠 셀라는 2018년 농업·투자 기업 로렌스 패밀리(Lawrence Family)에 인수되며 새 국면을 맞았다. 그러나 스타일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기존의 철학을 더욱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부비에 대표는 "하이츠는 이미 훌륭한 와이너리였고, 우리가 해야 했던 일은 더 좋은 포도밭, 더 나은 설비, 더 안정적인 팀에 투자하는 것이었다"며 "스타일을 바꿀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석 와인메이커 브리타니 셔우드(Brittany Sherwood)도 전임 수석 와인메이커와 오랜 시간 함께 일한 인물로, 하이츠 특유의 섬세한 양조 스타일을 '지속적으로 재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이츠 셀라(Heitz Cellar)의 포도밭 전경.
하이츠 셀라(Heitz Cellar)의 포도밭 전경.
하이츠 셀라의 핵심은 '세지 않은 나파 카베르네 소비뇽', 즉 과도하게 농축하거나 알코올 도수를 끌어올리는 방식과는 거리를 둔 양조 철학이다. 그는 "많은 소비자들이 '나파 레드' 하면 힘 있고 묵직하고 알코올 높은 와인을 떠올리지만 하이츠는 정반대 방향에 서 있다"며 "산도가 좋고, 아로마가 세련되며, 타닌이 부드럽고, 알코올은 14도(%) 미만으로 낮아 음식과 조화를 이루고, 병을 따자마자 바로 마셔도 좋고, 10년 뒤에도 빛을 발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이츠 셀라는 발효 시 탱크 온도를 낮게 유지하고, 수확 시기를 이르게 가져가며, 배럴도 포도밭마다 다른 쿠퍼(Cooper·오크통 생산자)의 제품을 선택한다. 이는 '과도한 힘'보다 '정교한 구조'를 만들기 위한 장치다. 대표 제품군인 싱글 빈야드 라인의 마르타스 빈야드와 '트레일 사이드 빈야드(Trail Side Vineyard)', '린다 폴즈 빈야드(Linda Falls Vineyard)' 역시 모두 100%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생산된다. 특히 마르타스 빈야드 1974년 빈티지는 와인 스펙테이터의 '20세기 12대 와인'에 선정될 정도로 미국 와인사의 상징적 포도밭이다.
'하이츠 셀라 마르타스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Heitz Cellar Martha's Vineyard Cabernet Sauvignon)'
흥미로운 점은 하이츠 셀라의 클래식한 성격이 오히려 젊은 소비자층에게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비에 대표는 "지금의 20·30대 소비자는 양보다 질을 중시한다"며 "음식과 잘 어울리고, 부담스럽지 않으며, 다음 날까지 피곤하지 않은 와인을 찾는데, 하이츠가 정확히 그런 요구와 맞닿아 있는 와인"이라고 말했다. 하이츠 셀라가 장기 숙성을 기반으로 한 클래식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젊은 세대에게 올드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부비에 대표는 이러한 시장의 흐름에 대응하고 클래식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앞으로 생산량은 줄이고 품질은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이츠는 향후 '더 많은 와인'이 아닌 '더 좋은 와인'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하이츠 셀라는 22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50~60개국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어느 나라 레스토랑에 가더라도 와인 리스트에서 하이츠 셀라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나파 클래식이 세계의 테이블 위에서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날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츠 셀라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Heitz Cellar Napa Valley Cabernet Sauvignon)'
부비에 대표는 하이츠 셀라가 특별한 날만을 위한 고가의 와인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클래식으로 모두 곁에 남는 와인이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하이츠 셀라는 앞으로도 더 세지는 대신 더 섬세하게, 더 비싸지는 대신 더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와인이 될 것"이라며 "단기적인 유행을 따라가는 대신 트렌드를 만드는 쪽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