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연기자
전국 유·초·중·고교에서 급식·돌봄 업무를 맡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역별 '릴레이 파업'에 들어간다. 교육당국은 돌봄 공백에 대비해 대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급식 차질이 예상되는 학교에는 빵 등 대체식을 제공해 학생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20일 첫 파업이 진행된 서울의 한 공립 초등학교는 일주일 전부터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혼란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파업 9일 전 안내문에는 "조리사 및 조리실무사 노동조합원의 파업 참여로 정상적인 급식이 어렵다"며 "당일 대체급식을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이날 이 학교 급식은 '카스테라·절편·구운계란·사과주스'로 대체됐다.
서울의 한 공립 초등학교가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정규직과 임금 차별 해소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을 당시, 서울시 성동구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급식 대신 샌드위치와 머핀등 대체 급식으로 점심을 먹던 모습./사진공동취재단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조)는 교육부·17개 시도교육청과 지난 8월부터 집단임금교섭을 벌였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연대회의는 기본급 인상 등 임금격차 해소와 복리후생 개선 등을 요구했지만, 교육당국은 예산 제약 등의 이유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연대회의는 20일 서울·인천·강원·충북·세종을 시작으로 21일 광주·전남·전북·제주, 12월 4일 경기·대전·충남, 5일 경남·경북·대구·부산·울산 등 총 4차례에 걸친 릴레이 파업을 예고했다. 이들이 맡은 돌봄·급식·특수교육 전반에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육당국은 예고된 파업을 막을 순 없다고 보고, 파업 기간 동안 학생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본청·교육지원청·각 학교에 '파업 대책 상황실'을 운영하며 긴급 사안 발생 시 즉각 대응하도록 했다. 급식 운영과 관련해선 학교별로 식단 간소화·도시락 지참·급식 대용품 등을 안내·제공토록 했다. 또한 유치원·초등학교의 돌봄·특수교육 분야는 교직원을 최대한 활용해 공백을 메울 계획이다.
연합뉴스
매년 되풀이되는 학교 비정규직 파업을 두고 '학교파업피해 방지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학교 급식·돌봄·보건 등은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 파업 시 최소한의 대체인력 투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현행법은 노조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을 금지하고 있다.
교총은 "급식 조리원을 비롯한 교육공무직의 근무환경 개선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교섭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학생과 학교를 대상으로 파업을 반복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릴레이 파업 첫날인 이날의 참여 현황 등은 오후에 최종 집계돼 발표된다.
지난해에는 12월 6일 하루 동안 총파업이 진행됐고, 전국 1만2727개 학교 중 3910곳(30.7%)에서 급식이 중단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