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금리 인하 기대 사라진 월가…인플레 우려도 재부상

금리 인하 가능성, 88.2%→45.8%
Fed 위원 간 이견 노출
일부, 추가 인하 반대 의견 제시

미국 월가에서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달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빠르게 식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건물에서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12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려갈 확률을 45.8%로 반영하고 있다.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뒀던 한 달 전(88.2%)과 비교해 크게 낮아진 수치다. 반대로 동결 가능성은 54.2%까지 높아졌다.

이 같은 변화는 일부 위원들이 12월 10일 예정된 회의에서 추가 인하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3일 인디애나주 행사에서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완화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추가 완화의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책금리가 "완만히 제약적과 중립 사이"에 있다며 "목표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동시에 노동시장도 일정 부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일부 경제지표는 견조하지만 노동시장 일부는 압력을 받고 있다"며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3% 수준으로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Fed는 그동안 미국 노동시장 둔화 조짐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직전 두 차례 회의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회의에서는 의견이 세 갈래로 갈리며 이례적 분열이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완화적 통화정책 방향에 우호적인 스티븐 미란 이사는 0.5%포인트 인하를 주장한 반면, 제프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동결을 지지했다. 이렇게 Fed 내부에서 시각차가 커지며 월가에서도 향후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제롬 파월 의장도 표결 직후 "12월 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이후 투표권이 없는 지역 연은 총재 중에서도 "지난달 인하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발언이 잇따르며 내부 이견을 노출했다. 곧 공개될 10월 회의록은 금리 경로를 둘러싼 FOMC의 분열 분위기를 확인할 단서가 될 전망이다.

조너선 밀러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는 "12월 회의도 10월 파월 의장이 예고한 것처럼 상당히 논쟁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은 고용·물가 등 지표가 악화될 경우 Fed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지만, Fed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부진한 지표가 나오면 Fed가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wishful hoping)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통화정책의 근거가 되는 일부 경제지표가 정부 셧다운 여파로 발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노동통계국(BLS)은 20일 9월 고용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지만,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고용지표 발표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를 근거로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Fed 위원들의 판단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단서도 부재한 셈이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가장 분명한 것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Fed가 빠른 인하에 나서기를 주저한다는 점"이라며 "서비스 부문의 인플레이션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9월 CPI는 전년 대비 3% 상승해 시장 예상보다 낮았지만, 여전히 Fed 목표치인 2%를 웃돈다.

설사 Fed가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또는 동결을 선택하더라도 내부 반대가 커질 위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크리스 윌러·미셸 보우먼·스티븐 미란 등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인사들은 동결 결정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FT는 이 경우 1988년 이후 처음으로 연준 이사 3명이 동시에 반대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국제부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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