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는 일반 칸에 주차 금지…전용 칸에만 세워요' 아파트 안내문

전국 아파트 가구당 평균 주차 대수 1.05대
아파트 주차 갈등 향후 심화할 가능성이 높아

아파트 주차장 자료사진. 아시아경제DB

한 아파트에서 일반 차량 주차면에 경차의 주차를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부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느 아파트의 일반 차량 주차면에 경차 주차 금지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 속 안내문에는 '지하 주차장 경차 주차 단속 강화 안내'라는 제목 아래 단속 대상 및 단속 일자와 위반 차량 조치 내용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해당 안내문은 지난 7월 게시됐다.

이 안내문을 보면 단속 대상은 일반 차량 주차면에 주차한 모든 경차로 안내문 게시 다음 날부터 단속이 시행됐다. 조치를 위반한 차량에는 강력 접착 스티커를 부착한다는 경고도 포함돼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단지 지하 주차장 경차 전용 주차면이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차량 주차면 주차로 일반 차량 주차면 부족에 따른 민원이 관리사무소에 접수되고 있다"며 "경차 주차 관리를 다음과 같이 단속 예정이며, 경차 소유자께서는 일반 차량 주차면 주차를 금지하오니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게시물을 본 누리꾼의 반응은 엇갈렸다. 다수의 누리꾼은 "한 층이 아예 경차 전용구역이면 이해되나 그게 아니면 말도 안 된다", "주차 비용 적게 받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럴 거면 그냥 경차 전용 주차구역을 없애라"라는 반응을 보였다. 현직 관리사무소장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법적으로 경차의 일반 주차칸 주차를 막을 근거가 전혀 없다. 해당 내용이 관리 조약에 있다고 하더라도 법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일반 차량 주차면에 경차 주차를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반면 경차 전용구역이 있는 만큼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주차 공간이 넉넉하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부족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은 "늦게 귀가하는 차량은 주차공간을 찾아 헤매는데, 그때 경차 주차공간은 여유 있는 경우가 많다. 배려와 양보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자동차 보유율 증가와 함께 아파트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주차 공간이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1~2인 가구 증가로 차량 보유가 일상화하면서 주차 공간이 생활 편의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파트 생활 지원 플랫폼 '아파트아이'가 지난해 7월께 발표한 '아파트 리포트'에 따르면, 입주자 대표회의 관계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면조사에서 22%가 '주차 문제 및 관리'를 가장 시급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문제는 이러한 주차 갈등이 향후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는 2623만 2569대로 집계됐다.

이는 인구 1.95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한 셈이다. 그러나 현재 아파트 가구당 주차 대수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자료를 보면, 전국 아파트 단지의 가구당 평균 주차 대수는 1.05대로 자동차 보유율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입주한 아파트 주차공간도 1.23대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분양 시장에서도 많은 주차 대수를 확보한 신규 단지가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슈&트렌드팀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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