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원료성분 수출이 '필로폰 쓰나미' 촉발'

동남아·동아시아 넘어 호주까지 영향
"中기업이 필로폰 원료물질도 공급"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쓰나미'의 배경에는 중국 기업들이 필로폰 원료 화학물질을 수출하는 것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4일 제주시 조천읍 해안가 갯바위에서 낚시객이 차 봉지로 위장한 마약 의심 물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8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동남아 각국 정부 문서, 관련자 40여명과의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필로폰 생산국인 미얀마에 중국 기업들이 필로폰 원료 성분이 될 수 있는 화학물질 수출을 점점 더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국(UNODC) 보고서에는 지난해 동남아·동아시아에서 압수된 필로폰이 236t으로 전년보다 24% 급증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나와 있다. UNODC는 "골든트라이앵글(미얀마·라오스·태국 3개국 접경지대), 특히 미얀마 샨주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메스암페타민이 생산·밀매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무법지대' 미얀마에서 쏟아져나오는 이 필로폰은 동남아·동아시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등 세계 곳곳에 마수를 뻗치고 있다. 호주의 경우 2023년부터 지난해 사이에 필로폰 사용이 21% 증가해 '전염병' 수준으로 번졌다. 지난해 한국도 마약 사용자 수가 5년 만에 60% 이상 급증해 4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했다.

압수된 마약. AP연합뉴스

브랜든 요더(Brandon Yoder) 전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WP에 "중국 기업들의 원료 화학물질이 (필로폰 쓰나미를) 직접적으로 촉발했다"고 지목했다. 2020년 7월 중국 국영기업 자회사인 '골드링크 인더스트리'는 필로폰 원료 성분인 염화 프로피오닐 72t을 라오스에서 샨주로 보내려다가 라오스 세관에게 붙잡혔다. 태국 정부도 지난해 10월 미얀마와의 국경 지대에서 필로폰 생산에 필요한 ▲수산화나트륨 ▲톨루엔 ▲아세톤 등을 포함한 화학물질 총 800t을 압수하는 등 지난해에만 12차례 단속을 벌였다.

하지만 태국 마약청(ONCB) 고위 관계자는 미얀마의 수입처가 '합법적 용도'로 수입했다고 주장하면 마약 생산을 위해 운송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제지할 방도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중국 기업 수십 곳은 감기약 성분이지만 가공하면 필로폰 원료가 되는 에페드린·슈도에페드린 등 물질을 온라인으로 공개 판매한 것으로 미국 사법 당국은 파악했다. UNODC에 따르면 2023년 중국 후베이성 우한 소재 기업 '윈그룹 파머슈티컬'은 중국 알리바바에서 마약 원료로 합성할 수 있는 방법 안내문과 함께 화학물질을 판매했다. 이 회사는 화학물질을 비누나 밀랍 등으로 허위 표시해 위장 배송하는 옵션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결제 방법으로 내걸었다.

윈그룹은 또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도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전구체를 직접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지난 2월 미국 법원에서 윈그룹 영업 관리자 중국인 2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런 상황이지만 중국 정부는 마약 전구체 규제를 여전히 제한적으로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안에서 전구체 물질이 공개적으로 거래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년 전 유엔과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의 압박에 중국은 남서부 윈난성에서 국경을 접한 미얀마 샨주로 향하는 마약 원료 물질 수출의 통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약 원료 물질의 수출이 감소한 게 아닌 중국에서 라오스·태국을 거쳐 미얀마로 향하는 우회 유통 경로가 확장됐을 뿐이라고 유엔 조사관은 강조했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국제선 노선이 재개되면서 전국적으로 국제 마약 밀수조직의 마약 밀반입 사례가 증가하고 동시에 제주국제공항을 통한 우회 밀반입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4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의 필로폰을 몰래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려 한 30대 중국인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해당 중국인 남성은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차(茶) 봉지 등으로 위장한 필로폰 1.2㎏을 여행 가방에 넣어 몰래 들여와서 사회관계망(SNS)에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 글을 올려 서울까지 물건을 옮겨줄 한국인 전달자를 물색했다. 하지만 일당 30만원을 받고 중국인으로부터 물건을 받은 20대 한국인은 폭발물이 든 것으로 의심, 인근 함덕파출소에 신고하면서 범행이 발각됐다.

이슈&트렌드팀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