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기자
"올해 서울국제음악제의 주제가 춤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더 신나하고 즐거워하는 것 같다."(첼리스트 이정란)
"서울국제음악제를 통해 더 많은 연주자들을 알게 되고 또 음악적으로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
이유는 조금씩 달랐지만 첼리스트 이정란과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은 올해 서울국제음악제에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둘은 올해 서울국제음악제 공연을 이끌고 있다. 올해 17회를 맞은 서울국제음악제 여섯 차례 무대 중 이정란은 세 차례, 김서현은 네 차례 무대에 오른다. 서울국제음악제는 '춤'을 주제로 지난달 30일 개막했다. 왈츠, 탱고, 발레 등 다양한 춤과 관련된 음악들로 축제 무대를 채웠다.
이정란은 "춤곡은 음악의 세 가지 요소인 선율, 박자, 화성 중 박자의 중요성이 가장 도드라진다"며 "연주자도 박자를 느끼며 연주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신이 난다"고 했다.
올해 무대가 흥미로웠던 또 다른 이유는 편곡을 통해 평소와 다른 느낌의 색다른 음악을 들려줬다는 점이다. 지난달 30일 개막 연주회에서는 보통 이중주로 연주되는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를 대규모 관현악으로 편곡해 들려줬다. 스트라빈스키의 관현악곡 '봄의 제전'이 피아노 2대와 첼로 2대의 실내악곡으로 연주되기도 했다.
첼리스트 이정란(오른쪽)과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 [사진 제공= 연합뉴스]
이정란과 김서현은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폐막 연주회에도 참여한다. 화려한 춤곡을 모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을 연주한다. 앞서 지난 2일 현악 오케스트라 공연에 함께했고 1일 실내악 공연에서는 각자 다른 곡을 연주했다.
김서현은 글린카의 칠중주를, 이정란은 차이콥스키의 플로렌스의 추억 연주에 참여했다. 실내악 공연은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함께해 둘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무대가 됐다. 김서현은 베를린필에서 수석을 역임한 세계적인 호르니스트 라덱 바보락이 함께 연주했다.
김서현은 "관악기와 실내악을 하는 게 처음이고 바보락 선생님도 함께해 리허설하면서 많이 배웠고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솔로로 연주할 때는 재미보다는 아무래도 부담감이 큰데, 실내악이나 앙상블은 서로 의지하고 또 같이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게 재미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실내악이나 앙상블을 많이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정란은 세계적인 첼리스트인 게리 호프만과 함께 플로렌스의 추억을 연주했다.
"열다섯 살 때 첫 콩쿠르 출전했을 때 게리 호프만 선생님이 심사위원이었다. 그때부터 인연이 돼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함께하는 무대인데 리허설하는 동안에 이게 게리 호프만의 소리였지라고 느낄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김서현은 국제 콩쿠르에서 잇달아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주목받는 10대 바이올리니스트다. 2023년에 만 14세의 나이로 스위스의 전통 깊은 콩쿠르인 티보르 버르거 국제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거뒀다. 앞서 이자이 국제 음악 콩쿠르, 레오니드 코간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이상 2021년), 토머스 앤 이본 쿠퍼 국제 콩쿠르(2022년)에서도 우승했다.
첼리스트 이정란(오른쪽)과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 [사진 제공= 연합뉴스]
올해 초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신년음악회에 협연자로 나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고,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독주회도 했다. 오는 15일에는 예술의전당 독주회가 예정돼 있다. 지난 2월 금호아트홀 연세 독주회에서는 브람스, 이자이, 포레의 작품을 연주했는데 예술의전당 독주회에서는 드뷔시, 프로코피예프, 버르토크의 작품을 연주할 예정이다.
김서현은 "어렸을 때 최대한 레퍼토리를 늘리고 싶어서 최대한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재닌 얀센, 율리아 피셔, 막심 벤게로프 등을 꼽으며 "특히 얀센이 연주하는 음악은 진짜 사람이 노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정란은 트리오 제이드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최근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에 객원으로 자주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향은 이정란에게 친정 같은 곳이다. 이정란은 2007년 12월 서울시향에 입단해 2014년 5월까지 첼로 부수석으로 활동했다. 그는 시향과 다시 함께 연주하는 무대에서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시향을 나온 뒤 다양한 분야에서 연주하면서 성장하고, 다시 시향에서 객원으로 불러줘 함께 연주했을 때 느낌이 너무 좋다. 특히 훌륭한 협연자들의 반주를 하면서 가까이에서 그들이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보고 같이 연주할 때 굉장한 행복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