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서인턴기자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아내를 잃은 80대 운전자를 경찰이 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운전자 역시 중상을 입은 피해자였음에도 검찰 송치까지 이어진 수사 과정에 '과잉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차도에서 땅꺼짐 현상(싱크홀)이 발생해 긴급복구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 아시아경제DB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3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송치된 80대 남성 A씨(83)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피의사실은 인정되지만 범행 경위와 결과 등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의 하나다.
싱크홀 사고는 지난해 8월29일 오전 11시26분쯤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도로 한복판이 갑자기 꺼지며 가로 6m, 세로 4m, 깊이 2.5m 규모의 싱크홀이 생겼고 A씨가 몰던 흰색 SUV가 그대로 빠졌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70대 아내가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으나 끝내 숨졌고 A씨도 크게 다쳤다.
경찰은 A씨 차량보다 앞서 지나갔던 차량들이 싱크홀을 피해 지나간 정황과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운전자가 전방을 충분히 주시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A씨를 치사 혐의로 입건해 올해 2월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동승자가 사망한 사고였기 때문에 검찰에 송치해야 했다"고 설명하며 "다만 도로 사정상 참작할 만한 점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운전자 본인 역시 중상을 입은 피해자였고 무엇보다 사고 원인이 된 싱크홀 발생 책임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 송치까지 이어진 수사 과정은 지나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경찰은 도로 관리 주체 등을 조사했지만 형사책임을 물을 혐의점을 찾지 못해 싱크홀 원인 수사는 내사 종결됐다.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서부지검은 "운전자 본인도 피해자였던 사고 경위와 피해자와 부부 관계였다는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