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독일의 길거리 음식 커리부르스트를 누가 먼저 만들었는지를 두고 때아닌 논쟁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는 22일(현지시간) 독일 ARD 방송 등을 인용해 "독일 서부 뒤스부르크의 죄렌 링크 시장은 이날 시내의 한 분식집에 '페터 힐데브란트가 1936년 뒤스부르크에서 커리부르스트를 발명했다'고 적힌 동판을 달았다"고 보도했다.
커리부르스트는 소시지(부르스트)에 토마토소스를 끼얹고 카레 가루를 뿌린 요리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발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49년 당시 베를린의 슈투트가르트 광장에서 장사하던 헤르타 호이버가 영국 점령군에게 카레 가루를 구해 만든 게 원조로 여겨졌다. 호이버는 지난 1959년 커리부르스트 소스를 특허로 등록했으며, 베를린시는 2019년 커리부르스트 발명 70주년 기념주화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독일 서부 뒤스부르크에서 원조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링크 시장은 "커리부르스트는 루르 지방(서부 공업지역)과 뒤스부르크에 딱 맞는 진짜 음식"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커리부르스트의 기원을 다룬 연구 서적이 출간됐다. 이 책은 뒤스부르크에서 소시지 공장을 운영하던 힐데브란트가 지난 1936년 소시지에 토마토소스와 영국식 카레 향신료를 뿌려 직원들 간식으로 준 게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저자인 그레고어 라우엔부르거는 "결국 그 소시지는 적국의 카레로 양념한 것이었다"며 "커리부르스트 인기에도 불구하고 당시 나치 독일과 영국의 적대적 관계 때문에 비밀로 유지됐다"고 말했다.
그는 힐데브란트가 지난 1935년 함부르크의 향신료 공장에서 영국산 카레를 구입하고 받았다는 영수증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베를린 사람들은 커리부르스트를 13년 지나 재발명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커리부르스트는 전후 독일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즐겨 먹어 독일 경제 기적의 상징으로도 통했다. 커리부르스트 박물관에 따르면 베를린에서 연간 7000만인분, 독일 전역에서 8억인분의 커리부르스트가 판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