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정치적 문제로 각을 세우고 있는 브라질 대법관의 부인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22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 등 혐의 재판을 담당한 얄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대법관의 부인 비비아니 바르시 지모라이스를 제제했다"고 보도했다.
얄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브라질 연방대법원 대법관. EPA연합뉴스
비비아니는 지난 2000년 '렉스 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OFAC은 이 연구소가 일종의 지주사 역할을 하며 주거지 등 가문의 재산을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글로벌 마그니츠키법은 전 세계에서 중대한 인권 침해를 저지른 이를 제재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고 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이를 지모라이스 대법관 부부 제재에 적용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등에 대한 검열, 임의적 구금, 정치적 기소 등 탄압 캠페인에 책임이 있다"며 "인권을 침해하는 지모라이스를 물질적으로 지원한 개인들을 계속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브라질 연방대법원의 사법 처리에 강한 불만을 표출해왔으며, 이를 이유로 브라질산 수입품에 50%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이번 조처는 지난 7월 지모라이스 대법관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데 이어 그의 가족 및 가족이 운영하는 기관까지 제재한 것으로 브라질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쿠데타 모의 등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브라질 대법원은 지난 11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무장범죄단체 조직·중상해·문화재 훼손 등 혐의 사건에 대해 징역 27년 3개월의 중형을 선고했다. 대법관 5명 중 4명이 피고인 유죄로 판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판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놀랍고 매우 불만(unhappy)"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브라질 대법원이 부당하게 판결했다"면서 "마녀사냥에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했었다.
이번 제재로 인해 미국과 브라질 간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질 정부는 곧바로 성명을 내 "이번 조처는 브라질 주권에 대한 공격이자 부당한 내정 간섭을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규정하며 "침략 행위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연방대법원 역시 "대법관에 대한 제재도 부당한 상황에서 그 가족 구성원에게까지 (제재) 조처를 확대하는 건 더 정당하지 않다"면서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모라이스 대법관 역시 대법원 홈페이지에 공개한 의견서에서 "글로벌 마그니츠키법을 제 아내에게 불법적으로 적용한 것은 법과 기본권을 존중해온 미국의 역사적 흐름과 상반될 뿐만 아니라 국제법, 브라질 주권, 브라질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저는 제 헌법적 사명을 계속해서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