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저가 판매 '창고형 약국' 득실은?

광주 광산구·서구 2곳서 오픈 예정
소비자 "저렴한 가격에 비교 가능"
약사회 "오남용 우려, 생태계 파괴"

19일 광주 광산구에 개점을 준비 중인 창고형 약국 외벽에 '약국의 새로운 패러다임, 9월 오픈' 현수막이 걸려있다. 민찬기 기자

광주에 '대량·저가 판매'를 내세운 창고형 약국이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지역 사회의 반응이 뜨겁다. 싼값에 다양한 약품을 비교해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소비자들에겐 달갑지만, 약품 오남용과 동네 약국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약사들의 반대도 거센 상황이다.

19일 광주 광산구와 광주시약사회 등에 따르면 광산구 수완지구에 약 760㎡(230평) 규모의 창고형 약국이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개점을 목표로 개설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재 내부 리모델링 등이 진행 중인 창고형 약국이 들어설 건물 입구에는 '약국의 새로운 패러다임, 9월 오픈' 현수막이 걸려있다.

해당 약국은 지난달 개설 신청을 했다가 약사법에 따른 시설 미비 등의 이유로 자진 취하했다. 해당 건축물은 현재 용도가 운동시설로, 소매점으로 용도 변경 후 구비 조건 등을 충족시킨 후 다시 개설 신청을 할 예정이다.

또 서구 쌍촌동에서도 262㎡(76평) 규모의 약국이 개설 절차를 마치고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에 첫 창고형 약국이 들어설 예정이면서 지역사회에선 소비자와 약사들의 반응이 나뉘고 있다.

창고형 약국 매장 안에서 소비자가 직접 카트를 끌고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직접 고르는 구조다. 대량 매입을 통해 유통 마진을 줄여 동네 약국보다 20~30%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기 또한 지난 6월 경기도 성남시에 문을 연 국내 첫 창고형 약국보다 100여평 더 크다.

수완지구에 거주하는 김모(41) 씨는 "건강보조식품 등 여러 종류를 한눈에 비교해가며 고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서 기대하고 있다"며 "미리 가족이 필요한 영양제 등을 필요한 만큼 구매해 놓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반면, 광주시약사회는 의약품 오남용과 기존 동네 약국의 생태계 위협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국내 약국 개설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다. 관련법에 따라 약사·한약사 자격이 있는 사람만 약국 개설이 가능하며, 창고형 약국을 개설해 운영하는 것도 위법 사항이 아니다.

때문에 의약품 안전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가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 광주시약사회의 입장이다.

광주시약사회는 최근 창고형 약국의 안전관리계획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 제안서를 광주시에 제출한 데 이어 전날 행정 절차 보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광주시약사회는 "약은 싸다고 구입하는 단순한 공산품이 아닌 생리활성물질이다. 약사의 철저한 관리와 복약지도가 필요하다"며 "현행 약사법 안에 창고형 약국에 대한 규제가 없다. 시대 흐름에 따른 약사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광산구 관계자는 "약국 개설은 관련법에 따라 결격사유가 없고 조건만 충족되면 가능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제한할 순 없다"며 "약물 오남용 등 우려되는 사항은 주기적인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호남팀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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