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구 4개 뚫고 15분 만에 도로 정상화…인천 '고무장갑 의인'

폭우 속 막힌 하수구 4개 뚫어
김동희씨 "가족·이웃 안전 지키려 나섰을 뿐"

인천 전역에 폭우가 쏟아지며 침수 피해가 발생한 상황 속 고무장갑을 끼고 나와 하수구를 뚫은 의인이 화제다.

인천 부평구 갈산동 침수 현장서 배수구 뚫는 김동희씨. 연합뉴스

인천 부평구 갈산동 침수 현장서 배수구 뚫는 김동희씨. 연합뉴스

19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폭우가 쏟아진 지난 13일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 주민 김동희씨(31)는 흙탕물로 완전히 잠긴 도로로 고무장갑을 끼고 나와 하수구를 뚫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당시 현장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김씨는 손을 넣어 배수구 덮개를 들어 올린 뒤 토사와 이물질을 쉼 없이 빼내는 모습이 담겼다. 무릎 아래까지 차오른 빗물에 얼굴과 어깨까지 다 젖은 상태였지만 그는 배수구 4개를 뚫었다.

김씨는 당시 집중호우로 집 안이 침수되자 밖으로 나왔고 큰 길가부터 물이 차오른 것을 보고 배수구를 살폈다. 당일 인천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119 신고와 민원이 폭주했고 소방 당국이나 구청의 신속한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우선 김씨는 집에 있던 빗자루를 들고나와 편의점에서 고무장갑을 구매했다. 이후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보며 배수구의 위치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배수구 안에는 각종 쓰레기와 토사 등 이물질로 가득했다. 김씨는 회오리 형태로 물이 빠지는 모습이 보이면 다른 배수구를 찾아 차례로 작업을 했고 15분 만에 눈에 띄게 상황이 나아졌다.

김씨의 노력으로 한때 마비 상태였던 편도 4차로는 통행이 정상화됐다. 인근의 한 상인은 "가게 안까지 빗물이 들이닥치는 상황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돌아다니며 배수구를 뚫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일부 상인은 쓰레받기를 가지고 나와 김씨가 인도 쪽으로 빼낸 이물질을 치우며 현장 정리 작업을 도왔다.

김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나섰을 뿐"이라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슈&트렌드팀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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