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자금 100% 위탁 '티메프 방지법'에 업계 당혹…'공제조합 설립부터'

PG업계 금감원 안보다 강한 법 개정안 당혹
"서울보증 등 외부기관 내부통제 리스크 고려해야"
정치권, 공제조합 설립 근거 규정 마련 필요

국회가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불리는 대규모 정산 미지급 사태 재현을 막기 위해 정산자금을 100% 외부기관에 위탁관리하도록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조만간 처리한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계는 국회가 기존 금융감독원 행정지도안보다 강력한 법 개정안을 제시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대선 기간 이재명 대통령 측에 건의한 배상 공제조합 설립 근거 규정을 전금법 개정안에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2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전금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오는 30~31일 정무위 전체 회의와 본회의를 거치면 법 개정안은 무난히 국회 문턱을 넘을 전망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법 시행 시점부터 2년에 걸쳐 PG사들이 외부기관에 정산자금을 100% 외부위탁하도록 규율한다는 점이다. 법 시행 시점에는 60%, 1년 후 80%, 1년 후 100%로 단계적으로 비율을 올린다는 방침이다.

PG 업계는 정무위가 법 개정안에 100% 외부위탁을 명시한 사실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규정상 PG 업자들은 정산자금을 지급보증보험이나 신탁, 예치로 외부 기관에 맡겨야 한다. 신탁, 예치는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시중은행에 주로 맡기지만 지급보증보험은 최근 발생한 전산 사고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SGI서울보증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당초 금감원은 다음 달 13일까지 정산자금 60%를 외부위탁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지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예기간은 3개월을 적용하려 했으나 업계 의견을 일부 수용해 4개월 남짓(8월13일부터 연말까지)으로 늘렸다.

국회가 '100% 법'을 처리하면 PG 업자들은 정산자금을 자율관리 할 수 있는 여유 공간(40%)을 잃게 된다. 서울보증이나 은행에서 내부통제 리스크가 불거지면 '결제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행정지도안보다 (정무위에서) 위탁 비율을 낮추거나 비율을 (60%로) 유지하더라도 유예 기간을 늘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최선을 다했으나 오히려 법 개정안의 규제가 더 강해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산자금 외부지급 비중을 확대하는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지난 5월 대선 기간에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측에 제시한 배상 공제조합 설립 근거법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전금법에 전자금융거래사고 배상 공제조합(가칭) 설립 근거를 마련해 간편결제 관련 금융 사고에 대비하자는 내용이다.

공제조합 설립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조합 의무 가입 요건을 걸어 무허가 PG사의 불법 영업을 막고 부실 경영사를 퇴출해 시장 자정 효과를 높이자는 논리다. 이 과정에서 공제조합을 관리하는 법정 단체를 세워 이 단체가 공제 분담금을 납입하도록 해 외부 기관(서울보증과 시중은행)의 관리 부담을 줄이고 분담금 유동성을 늘려 수수료를 낮추자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핀산협이 이재명 (당시) 후보 측에 제시한 공제조합 설립 아이디어는 정무위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중소형 PG사까지 일괄적으로 외부기관에 정산자금을 100% 맡기도록 하는 건 실무적으로 무리고, 향후 PG 업자들이 이 규정 때문에 외부기관 내부통제 리스크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경제금융부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